나는 바람이야
리쯔룽 글, 쉬원치 그림, 김은신 옮김 / 키득키득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예쁜 동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6] 쉬원치·리쯔룽, 《나는 바람이야》(키득키득,2011)



 2층 햇살 잘 들어오는 방에서 지내는 아이한테는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습니다. 집이 있고 어버이가 있습니다. 맛난 밥이 있으며, 예쁜 옷이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놀 동무가 없고, 같이 노는 어머니나 아버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늘 홀로 말없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바람한테는 무엇 하나 넉넉하지 않습니다. 바람한테는 얼굴이 없고 소리가 없으며 몸이 없습니다. 빛깔이 없고 냄새가 없으며 무늬가 없습니다. 그러나, 홀가분함이 있고 시원함이 있으며 따스함이 있습니다.


.. 나(바람)는 풀잎이랑 장난을 치며 놀아. 풀잎 사이를 내 멋대로 뒹굴면 빨간 꽃, 노란 꽃, 하얀 꽃이 휘휘 흔들려 ..  (4쪽)


 바람한테는 집이 없습니다. 바람한테는 돈이 없습니다. 바람한테는 자가용이 없습니다. 바람한테는 옷이 없고, 바람한테는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습니다.

 바람은 그저 풀잎이랑 놀고 나뭇잎이랑 놉니다. 새하고 놀며 여우랑 사슴이랑 놉니다.


.. 내가 창문 밖 그네를 밀었어. 아이는 그네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지만 내 모습은 보지 못했을 거야. 내가 유리창을 두드렸어. 아이는 유리창이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내 속삭임은 듣지 못했을 거야. 내가 아이에게 꽃향기를 보냈어. 아이는 꽃향기를 맡았지만 내 향기는 맡지 못했을 거야 ..  (17쪽)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좋을까요. 아이들은 어디에서 살아야 좋은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할 때에 좋다고 하는가요.

 더 좋다 싶은 밥을 차려 줄 때에 아이들이 좋아할까 궁금합니다. 더 예쁘다 싶은 옷을 입힐 때에 아이들이 반길까 궁금합니다. 더 크다 싶은 방을 따로 마련해 줄 때에 아이들이 기뻐할까 궁금합니다.

 고무줄놀이를 할 수 없는데, 금긋기놀이를 하지 못하는데,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을 할 수 없는데, 닭싸움이나 가위바위보를 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무슨 재미와 보람과 신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나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칠까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한자를 가르치나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서너 살밖에 안 되었는데 한글을 가르치지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하고 빨래를 하지 않을까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하고 밥하는 보람을 나누지 않나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하고 이야기꽃을 피우지 않는가요.

 바람처럼 그네를 밀어도 좋고, 바람처럼 풀밭에 드러누워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좋습니다. 바람처럼 꽃내음을 맡다가는 꽃잎을 만지작거려도 좋습니다. 바람처럼 들판을 내달려도 좋고, 바람처럼 냇가나 바닷가에서 헤엄치기를 즐겨도 좋습니다.

 텃밭에서 구슬땀을 흘리다가 시원한 바람을 쐬어도 좋습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숩게 맞아들이며 봄꽃을 곱게 맞이해도 좋습니다. 차디찬 겨울바람과 함께 눈덩이를 굴려도 기쁩니다. 서늘한 바람에 살을 비비면서 밤하늘 별빛을 좇아도 기뻐요.


.. “바람아! 바람아, 안녕! 가지 말고 기다려 줘! 나는 너랑 같이 놀고 싶어!” ..  (20쪽)


 그림책 《나는 바람이야》(키득키득,2011)를 읽습니다. 홀로 조용히 지내던 아이는 바람을 처음 만나고는 함께 놀자고 부릅니다. 바람한테는 얼굴도 몸뚱이도 아무것도 없지만, 홀로 조용히 지내던 아이한테는 딱히 아랑곳할 까닭이 없습니다. 얼굴이 없어도 좋은 동무입니다. 몸뚱이가 없어도 살가운 동무입니다. 아무것조차 없어도 반가운 동무예요.

 바람을 안고, 바람을 잡고, 바람하고 달리고, 바람하고 뛰고, 바람하고 서고, 바람하고 웃습니다.

 사랑하는 내 벗님이나 이웃이나 살붙이하고 나눌 가장 아름다운 삶이란, 서로 마주보고 웃거나 울면서 어깨동무하는 나날입니다. 값진 밥이 없어도 되고, 값진 자가용이 없어도 되며, 값진 아파트가 없어도 됩니다. 값나가는 보배나 높디높은 이름쪽이 없어도 돼요. 1등이어야 할 까닭이 없고, 2등이나 3등이나 10등조차 될 까닭이 없습니다. 등수나 점수나 돈푼이 아닌 사랑과 믿음과 나눔입니다. 손을 맞잡으면서 속삭입니다. 어깨를 겯고 거닐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업은 아기는 동쪽도 서쪽도 남쪽도 북쪽도 아닌 내 등에 있습니다. 즐거움과 보람과 기쁨과 재미와 신과 아름다움은 바로 내 삶에 있고 내 살붙이와 동무한테 있습니다. (4344.8.10.물.ㅎㄲㅅㄱ)


― 나는 바람이야 (쉬원치 그림, 리쯔룽 글,김은신 옮김,키득키득 펴냄,2011.5.6./9500원)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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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0 09:36   좋아요 0 | URL
아흑,,,,,,,,,
주식 폭락에 댕댕거리는 제가 영, 시원찮게 느껴집니다.

된장님, 건강 좀 나아지셨어요?

숲노래 2011-08-11 06:34   좋아요 0 | URL
주식이 있으시면 걱정스럽겠네요..

몸은 이래저래 안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