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글쓰기
생각을 곰곰이 가다듬으면서 작은 수첩을 꺼내어 글을 몇 줄 적는다. 첫째 아이가 아버지 하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제 공책을 찾아오더니 저도 끄적일 볼펜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잘 찾지 못하기에 아이가 쓸 볼펜을 한 자루 찾아서 건넨다. 아이는 빨간 머리핀 하나를 앞머리 몇 가닥에 꽂고는 볼펜을 단단히 쥐어 공책에 그림을 그린다. 아이는 무엇을 그릴까. 아이는 무엇을 그리고 싶을까. 볼펜을 단단히 쥔 손으로 그리는 그림을 바라보면서 아버지는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깜빡 잊는다. 아이는 아버지를 말끄러미 바라보다가 글쓰기를 하고, 아버지는 아이를 살며시 들여다보다가 글쓰기를 잊는다. (4344.8.5.쇠.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