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아이는 새벽 여섯 시 오십 분에 일어난다. 여관방에는 큼지막한 텔레비전이 있다. 아이는 여관방에서 일어나자 마자 텔레비전을 켜서 만화영화를 보자고 한다. 어찌할 수 없다. 텔레비전을 켜서 만화영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창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창밖을 내다 본다. 바로 코앞에서 무언가 우람한 건물을 한창 짓는다. 이 도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옆지기랑 둘째하고 함께 살아간다면 풀을 뜯을 데가 없으니 가게에서 푸성귀를 사야 한다. 옆지기랑 둘째하고 함께 새 보금자리를 찾으러 마실을 했다면, 옆지기가 먹을 풀을 마련하거나 얻을 데가 없을 뿐 아니라, 풀을 뜯으며 들이마실 풀내음이나 바람내음 또한 없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내뿜는 뜨거운 기운으로 머리가 아프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들지 않으니 에어컨을 켜야 한다. 아이도 아버지도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에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몹시 괴로웠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버티자면 이렇게 해야 한다.

 나무를 찾을 수 없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한다. 구름을 올려다볼 겨를이 없다. 조그마한 길에서도 싱싱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아이를 부르고 아이 손을 잡으며 앞뒤를 살핀다.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청주를 거쳐 얼른 음성 시골집으로 가고 싶다. (4344.8.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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