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책읽기
아버지가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준다. 어머니가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준다. 두 어버이는 어린 날 저희 아이만 할 적에 저희 동무들이랑 신나게 부르던 노래를 저희 아이한테 불러 준다. 두 어버이는 저희 어린 날 둘레 어른이나 저희 어버이한테서 들은 노래를 저희 아이한테 불러 준다.
어버이는 저희 어버이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저희 아이한테 들려준다. 어버이는 저희 어버이와 살아오면서 듣고 보며 배운 삶자락을 저희 아이한테 고스란히 이어준다.
모든 사람이 어버이 구실을 해야 하지는 않고, 꼭 어버이 구실을 한대서 어버이 참삶을 깨닫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거나 생각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어버이 구실을 맡을 때에 사람됨과 사람다움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지 않거나 생각을 하나도 가꾸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버이 구실을 하는 때에도 아무것도 못 깨달을 뿐 아니라 엉터리 길을 걷겠지.
마음을 열 때에 어버이라 할 테지만, 마음을 열어야 어버이이기 앞서 옹근 사람이다. 생각을 가꿀 때에 어버이라 하겠으나, 생각을 가꾸어야 어버이라 하기 앞서 착한 사람이다. 옹글게 살아가지 않는다면 어버이 몫도 못하지만 사람 몫부터 못한다. 착하게 살아내지 않을 때에는 어버이 자리도 부끄럽다만 사람 자리부터 부끄럽다.
나와 내 옆지기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노래는 내 아이가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서 제 아이한테 들려줄 노래가 된다. 나와 내 옆지기가 아이한테 차려서 내놓는 밥은 내 아이가 차근차근 몸에 새겨서 제 아이한테 차려서 내놓을 밥이 된다. 나와 내 옆지기가 사랑하며 읽는 책은 내 아이가 새록새록 넋과 얼에 아로새기면서 제 아이와 지내며 스스로 사랑하며 읽을 책이 된다. (4344.8.2.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