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책읽기


 고속도로 둘레로 온통 풀빛 수풀과 논밭이 펼쳐집니다. 고속도로를 옆에 끼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자동차 소리를 얼마나 어떻게 느껴야 할까 궁금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은 고속도로 둘레 사람들이 자동차 소리를 어떻게 얼마나 느끼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자동차를 멈추고 땅에 발을 디뎌야 비로소 이 소리를 깨닫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이든 끔찍하도록 안 그치는 막비이든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에어컨 찬바람으로 가득한 시외버스에서는 하나같이 잠들거나 손전화질이거나 주전부리질이거나 수다질입니다. 나는 잠든 아이를 허벅지에 눕힌 채 커다란 배낭에서 책 한 권 꺼내어 읽습니다. 마실을 떠나면서 책 한 권 옳게 읽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잠든 틈에 몇 줄이라도 읽고픈 마음에 무거운 배낭에 무거운 짐이 될 책 한 권을 챙겼습니다.

 시외버스를 탄 고등학생과 대학생치고 책을 읽는 이를 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시외버스를 탄 어버이랑 아이치고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기 대단히 힘듭니다. 시외버스를 탄 할머니랑 할아버지, 아주머니랑 아저씨들 가운데 책을 읽는 사람이란 거의 없다뿐 아니라 아예 없다 할 만합니다.

 여느 때부터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 드뭅니다. 가게를 지키면서 쉬는 결에 책을 읽는다든지, 손님이 없는 동안 조용히 책을 펼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전철이나 기차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썩 드물지만, 시외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더욱더 드뭅니다. (4344.8.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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