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읽기


 둘째가 태어난 뒤로 시골버스를 타지 않았다. 언제나 첫째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함께 돌아다녔다. 어제 27일 읍내 장날에 맞추어 마실을 하려는데 비가 퍼붓기에, 자전거는 그만두고서 아이하고 비옷 입고 우산 받으며 나가려 했는데, 이 비에 아이를 데려가면 안 된다 해서 아이는 집에서 놀라 하고 아버지만 혼자 길을 나선다. 이제 책짐은 얼추 다 쌌기 때문에 읍내 가게에서 빈 상자를 그만 얻어도 되겠다고 느끼기도 해서 오늘까지 굳이 자전거수레를 끌지 말자고 생각한다. 모처럼 시골버스를 타자고 생각한다.

 천천히 시골길을 걸어서 버스 타는 데로 간다. 천천히 걷기 때문에 여느 날은 ‘이야, 참 좋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자전거를 모느라 헉헉대며 오가기에 가슴으로만 느낄 뿐 사진으로 담지 않던 모습을 발걸음 멈추고 한 장 두 장 찍는다. 혼자 살아가던 날 자전거를 타며 한손으로 손잡이 잡고 다른 한손으로 사진 찍는 일이 익숙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운 뒤로도 한손으로 우산 들고 다른 한손으로 사진기를 쥐어 사진 찍는 일이 아주 익숙하다. 돌이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향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있는 한국외대 앞 신문사지국에 들어가 자전거 몰며 신문돌리기를 하던 때부터 한손으로 자전거를 몰며 다른 한손으로 바구니에 손을 뻗어 허벅지에 톡톡 치며 반과 반으로 접어 휙 던져 넣는 일에 익숙하다. 이때에 바구니에서 신문 한 부를 꺼내어 톡 쳐서 반으로 접고 다시 톡 쳐서 반으로 더 접은 다음 엄지로 살짝 누르고서 자전거 손잡이에 매단 비닐 아가리를 스윽 벌려 신문을 살짝 꽂으며 비닐을 착 잡아빼기도 했다. 비가 그친 날이라 하더라도 마당이나 집 둘레에 물이 고인 데가 있기 마련이니까 비닐에 신문을 넣어야 하는데, 미리 비닐에 신문을 넣은 녀석은 그냥 던지면 되지만, 이렇게 마련한 녀석이 다 떨어지면 자전거를 달리면서 한손으로 슥슥 넣어 한 부씩 마련한다.

 버스 타는 데에 닿은 지 십 분 뒤에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 오른다. 발판을 딛고 올라서서 표를 끊고 자리를 찾는데 퍽 서늘하다. 에어컨을 돌리는구나. 시골버스는 창문을 열고 달리면 훨씬 좋을 텐데. 그러나, 시골버스를 모는 분들로서는 시골버스라 하더라도 에어컨을 돌리고 싶을는지 모른다. 문득, 다음주 일이 걱정스럽다. 새 살림집을 찾아 전라남도 고흥까지 가자며 시외버스를 타고 몇 시간 지내야 하는데, 에어컨 바람을 내 몸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비는 시원하게 내리지 않는다. 바람 없이 그예 끝없이 퍼붓더니 살짝 그치고 나서 또 퍼붓는다. 장마철하고 견주면 날씨가 훨씬 나쁘다. 빨래가 도무지 안 마른다. 둘째 갓난쟁이한테 쓸 마른 기저귀가 그만 한 장만 남고 만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기저귀만 벽을 따라 잔뜩 널렸다. 방 온도는 29℃. 이 온도에 방에 불을 넣어야 한다는 소리이지? 반바지만 걸치고도 땀이 흐르지만, 기저귀를 보송보송 말리자면 불을 넣어야 한다. 죽을맛이지만 견딘다. 1℃만 낮더라도 조금 살 만할 텐데, 29℃나 30℃에 빨래를 말리자며 방에 불을 넣어야 하는 이런 빗줄기 굵직하고 바람 없는 날이 몹시 괴롭다.

 밤이 깊어지지만 아이들은 잠들지 않는다. 밤이 되어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옷을 다 벗고 드러누어도 땀이 흐른다. 옆지기한테는 이런 온도가 몸을 덥히는 따스함이 될 테고, 나한테는 이런 온도가 사람을 골로 보내는 더위가 된다. 27℃쯤이면 그럭저럭 살 만하고, 28℃는 어찌저찌 견디며, 29℃는 한숨을 쉬면서 나중에 빨래하며 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1℃에 따라 삶이 갈린다. 선풍기 없는 살림집이라 나뭇잎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을 바라며 살아간다. (4344.7.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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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19:35   좋아요 0 | URL
아, 빨래 말리시느라 보일러를 트시는군요.
기저귀 빨래가 정말 장난 아니죠. 비가 정말 많이 퍼붓더니 좀 그쳤네요.
거기도 비가 그쳤나요?

숲노래 2011-07-29 05:25   좋아요 0 | URL
그럭저럭 오락가락 하네요 @.@
언제쯤 해를 보며 이불빨래를 마저 하나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