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책 뜨개손 뜨개머리


 아이 어머니가 뜨개를 한다. 다른 일은 도무지 할 수 없는 몸이지만, 바늘을 쥐어 실을 감으면서 뜨개는 할 수 있다. 모든 집일을 도맡는 아버지는 어깨가 무겁지만, 아이 어머니가 뜨개 한 가지를 할 수 있는 대목으로도 반가우면서 고맙다. 둘째가 태어나던 날부터 둘째랑 어머니가 모두 살아서 이렇게 곁에 있는 일이 반가움이자 고마움이요 웃음이자 눈물일 수밖에 없다.

 한글로 잘 엮은 마땅한 뜨개책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이 어머니는 영어로 된 뜨개책을 읽는다. 때로는 일본말로 된 뜨개책을 살펴야 한다. 영어를 아주 잘 하거나 일본말을 뛰어나게 잘 해야 뜨개책을 읽을 수 있지는 않다. 뜻풀이를 하나하나 새기면서 코를 잡고 바늘을 놀려야 한다. 한글로 적힌 뜨개법은 뜨개를 아주 빼어나게 잘 할 수 있게 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기 일쑤이다.

 집일을 도맡으며 반찬 또한 도맡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반찬은 몇 가지 안 되어 요리책을 몇 권 사서 읽어 보았다. 요즈음 나온 어느 요리책을 들추니 ‘브런치’를 다루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뜻도 쓰임도 생김도 알쏭달쏭한 ‘브런치’는 어느 나라 어느 겨레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즐기는 밥이 될까. 브런치를 말하는 요리책에 적힌 말은 어느 나라 어느 겨레 어떤 사람이 어떤 눈길로 읽으면서 헤아려야 할까.

 찬찬히 뜨개를 하며 양말에서 첫째 옷을 거쳐 작은 신과 덧신과 가방에 이어 머리띠를 빚는다. 가게에서 사서 쓰던 머리띠나 머리핀은 무겁거나 따끔거리거나 땀에 찌드는데, 뜨개로 빚은 머리띠는 가볍게 머리에 감기면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며 쓸모와 쓰임새와 쓸곳을 살폈으니까, 가게에서 파는 여느 머리띠나 머리핀으로는 아쉽던 대목을 잘 풀 수 있겠지.

 첫째 아이도 어머니가 뜬 머리띠 노릇 모자를 쓰며 웃는다. (4344.7.2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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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7-26 12:2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대량생산 기성품 보다야 맞춤이 편안하잖아요^^ 솜씨가 좋으시네요~

숲노래 2011-07-27 04:05   좋아요 0 | URL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저도 할 수 있어요.
마음을 쏟아 천천히 한 땀 두 땀 하면
누구나 예쁘게 빚을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