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5] 노을빛

 길디긴 장마가 끝났습니다. 아이 하나랑 살아가던 지난 몇 해 동안 장마철이 퍽 고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둘째를 낳아 이 둘째 갓난쟁이가 내놓는 오줌기저귀를 들여다보니, 참말 장마철이란 이렇구나 하고 다시금 깊이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장마철이 끝나 무더위가 찾아올 때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끔찍한 더위라 하면서 걱정하지만, 기저귀 빨래로 죽어나던 어버이로서, 이제 눅눅한 기저귀 말리느라 한 달 가까이 고달프던 일에서 벗어나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보송보송 바싹 마르는 기저귀를 걷을 수 있는 무더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래, 이 고마운 무더위 첫날을 지나면서 밤하늘 달과 별을 아주 오랜만에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첫째 아이랑 함께, 야 달이 참 곱구나 여름별은 이렇게 반짝이는구나, 하고 얘기합니다. 무더위 둘쨋날에는 이야 노을빛이 저리도 예뻤구나, 구름이 붉게 물들었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무더위 셋쨋날에는 파랗디파란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리도 파랗고 어여쁜 하늘을 언제 보았니, 하고 말을 섞습니다. 흉내낼 수 없는 별빛이고, 시늉할 수 없는 햇빛이며, 따라할 수 없는 노을빛입니다. 꼭 하나 있을 착하며 따스한 사랑을 아이랑 살포시 나누자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4344.7.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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