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3] 하루맞이

 첫 아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 날부터 하루맞이는 남다릅니다. 첫 아이를 맞아들이고부터 아이보다 훨씬 일찍 깊은 새벽에 일어나 아이 기저귀를 살핍니다. 이러고 나서 밤새 쌓인 오줌기저귀를 천천히 빨래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빨래한 기저귀와 옷가지가 어느 만큼 말랐는가 만지고는, 다 말랐으면 개고, 이 자리에는 새벽에 새로 빤 기저귀와 옷가지를 넙니다. 이윽고, 아침맞이 글쓰기를 조금 하다가, 곧 일어날 식구들 먹일 밥을 어떻게 차릴까를 생각하며 쌀을 씻어 불립니다. 머잖아 아이가 깨어나면 이때부터 쏜살같이 흐르는 하루는 온 넋과 얼을 쏘옥 빼며 해가 하늘 높이 떴는지 저쪽으로 기울었는지 모르는 채 휙휙 흐릅니다. 저녁이나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나면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무는구나 돌아보면서 하루마감을 해 보고 싶지만, 내 몸에 남아난 기운이 거의 없어 어느새 아이 곁에서 폭 고꾸라집니다. 오늘 하루도 여느 날과 똑같이 엽니다. 하루맞이는 새벽빨래부터입니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비벼서 물기를 짜고 탕탕 텁니다. 손에서 물기 마를 틈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아 어버이로 살아온 이 땅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하루맞이를 이렇게 했겠지, 하고 돌아봅니다. 고마운 하루맞이입니다. 퍽 힘에 부치지만 보람차면서 아름다운 하루마감을 꿈꿉니다. (4344.7.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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