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든 아이


 ㄱ. 일본 사진책 하나를 장만했다. 아이보다 살짝 어린 듯한 일본 아이가 잔뜩 찍힌 사진책이다. 일본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사람 맨눈으로 바라본 빛느낌’하고 동떨어지게 너무 짙은 빛느낌으로 사진찍기를 너무 좋아하는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아이를 사진으로 담을 때에는 엇비슷할까. 아이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내내 함께 복닥이면서 여러 해를 살아가는 어버이라면 어떤 사진을 찍을까. 사진기를 손에 쥘 힘마저 없이 집일을 하면서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이는 일본 아이가 찍힌 사진책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넘긴다. 옆지기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니, 아이가 부러워 하는지 모르겠구나 싶다. 그동안 아이를 찍은 사진에 몇 마디 말을 붙였던 글을 추슬러서 내 아이 사진책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느낀다. 열 권이나 스무 권이나 서른 권쯤? 둘레에서 우리 아이를 아끼는 고마운 분한테 한 권씩 드리자 생각하면서 작게 만들어 볼 수 있겠지.


 ㄴ. 저녁이 깊다. 아이는 잘 때가 되었으나 좀처럼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먼저 뻗어 아이를 부르지만 본 척 만 척이다. 누운 채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사진기를 들어 몇 장 찍는데, 사진을 찍는 줄 모른다. 혼자 읽을 때보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붙여서 읽거나 책에 적힌 글을 읽을 때 훨씬 좋아하지만, 고단한 몸으로 책읽히기를 해 주지 못하기 일쑤이다. 스스로 책을 쥐어 읽는 삶이 고맙다. (4344.7.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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