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꺾는 어린이


 갓 태어난 둘째를 함께 돌보고 옆지기한테 미역국을 끓여 주시려고 옆지기 어머님이 찾아오셨다. 이제 옆지기 어머님은 댁으로 돌아가신다. 아이와 할머니가 서로 손을 잡고 시골버스 타는 곳에 선다. 아이는 버스를 기다리며 길가 들꽃을 꺾는다. 수없이 피고 지는 들꽃을 조그마한 손에 하나씩 꺾어 가득가득 쥔다.

 아이가 들꽃을 꺾어 한 시간쯤 쥐며 걸어다니면 꽃줄기는 이내 시든다. 꽃줄기가 시들면 길가 풀숲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꽃들이 씨를 맺어 퍼지지 못하고 아이 손에서 죽는달 수 있지만, 들꽃이 이만큼 꺾인대서 씨앗이 안 퍼지거나 덜 퍼지지 않는다. 아이는 길가나 숲속에 잔뜩 피어 흐드러진 꽃만 제 손에 쥘 만큼 꺾는다. 다른 자리에서는 꽃을 꺾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에 우리 아이처럼 꽃을 꺾으며 놀았다. 이곳저곳 흐드러진 들꽃은 몇 송이 꺾으며 놀다가, 이 꽃이 이내 시드는 모습을 보며 꽃한테 잘못했구나 하고 느낀다. 시들지 말라고 물잔에 꽂지만, 물잔에 꽂는들 꽃송이는 씨앗을 맺지 못한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며 이렇게 꽃을 꺾는 일은 사라지는데, 우리 아이도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면 들꽃 또한 꺾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아끼거나 사랑할 수 있을까. 아무리 수두룩하게 피어나서 수두룩하게 퍼지는 들꽃이라지만, 이렇게 목아지가 꺾이면 들꽃도 집꽃이나 텃밭 푸성귀꽃처럼 아파하는 줄 느낄 수 있을까. (4344.6.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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