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58] 거스러기

 거스러기는 아주 작습니다. 거스러기는 딱히 생채기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거스러기 하나가 나면 손을 쓸 때마다 따끔거립니다. 거스러기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겨 떼어내든 손톱깎이로 자르든 해야 합니다. 짐을 나르건 설거지를 하건 빨래를 하건 아이를 안건 아기 기저귀를 갈건 책을 읽건 거스러기가 자꾸 걸립니다. 몸이 튼튼할 때에는 거스러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몸이 여릴 때에는 거스러기가 시나브로 생깁니다. 몸이 힘들거나 고단한 날 무언가를 하다가 자꾸 걸리적거리기에 손가락을 들어 바라보면 거스러기가 생겼습니다. 엊저녁, 둘째 오줌기저귀를 갈고 나서 손톱깎이를 찾습니다. 거스러기를 똑똑 자릅니다. 오른손가락에는 하나도 없으나, 왼손가락에는 예닐곱 군데가 있습니다. 뭐에 살짝 긁히더라도 물이 닿으면 쓰라리거나 따끔합니다. 집밖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뭐에 살짝 긁힌 만큼이라면 아무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손끝에 거스러기가 생기더라도 호미질과 낫질과 괭이질을 할 때에는 마음쓰이지 않을 뿐더러 실장갑을 끼면 됩니다. 집안에서 밥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빨래를 하다가는 설거지를 하는 틈틈이 걸레를 빨아 닦든지 치우든지 하는 살림꾼은 아주 자그마한 생채기나 거스러기 하나 때문에 힘들거나 아픕니다. 거스러기는 사투리라 하고, 서울말은 거스러미입니다. (4344.6.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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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6-05 22:37   좋아요 0 | URL
거스러기라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