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라디오 소리
바람이 불고 새가 우짖는 시골 한켠에서 퍽 귀가 따갑게 하루 내내 들리는 소리란, 밭일을 하는 사람인지 개장수네인지 공장에서인지 마을회관에서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치지 않는 라디오 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를 비롯해서 숱한 멧새가 우는 소리와 개구리가 우는 소리는 몇 시간을 고스란히 들어도 조금도 시끄럽거나 귀가 따갑지 않다. 바람이 부는 소리라든지, 바람에 나뭇잎 나부끼는 소리 또한 하나도 안 시끄러우며 귀를 따갑게 하는 적이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하고 라디오가 주절대는 소리는 몇 분만 듣더라도 금세 귀가 따가우며 괴롭다.
바람이 부는 소리는 싱그럽고, 산들바람은 몸을 시원하게 감싼다. 자동차가 내달리는 소리는 차디차고, 자동차가 빵빵거리는 소리는 귀청을 찢는다. 나뭇잎이 한들거리는 소리와 기저귀 빨래가 마르는 소리는 차분히 스며들면서 내 마음을 토닥인다. 손전화 울리는 소리와 텔레비전 새소식 소리는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내 생각을 억누르거나 짓밟는다. (4344.5.3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