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이십 분


 밤 0시를 갓 넘긴 때부터 한 시간 이십 분 동안 갓난쟁이 둘째 똥기저귀가 다섯 차례 나온다. 똥기저귀는 그냥 담그면 안 되기에 밑빨래로 똥 기운을 빼내어 목초물 탄 물에 담그는데, 이렇게 세 차례를 하자니, 잠자리에 들기 앞서 담근 기저귀 빨래 두 장까지 해서 다섯 장이 된다. 더 쌓이면 안 되겠구나 싶어 석 장을 두벌빨래를 한다. 옆지기 핏기저귀도 두 장 빤다. 이제 숨을 좀 돌릴 만한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고 싶지만, 갓난쟁이는 넉 장째 똥기저귀를 내놓는다. 똥기저귀이기에 곧바로 애벌빨래를 한다. 옆지기 핏기저귀가 한 장 새로 나오기에 이제 더 없겠지 생각하며 애벌빨래를 마친 뒤 두벌빨래를 한다. 핏기저귀 또한 애벌빨래하고 두벌빨래를 해야 손빨래로 핏기를 빼낸다. 핏기저귀가 나온 지 조금 지나면 손빨래로 핏기를 빼기 몹시 힘들다. 아니, 못 빼낸다. 이때에는 두 장이나 석 장까지 기다렸다가 삶아서 핏기를 뺀다. 깊은 밤에 빨래를 하면, 갓난쟁이와 옆지기를 함께 보살피려고 찾아오신 외할머니가 주무시다가 깰밖에 없다. 밤에는 되도록 빨래를 안 하고 싶으나, 물 소리와 헹굼 소리와 비빔 소리와 털기 소리를 내고야 만다. 손에 물이 마를 틈이 없네 하고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와 빨래대에 빨래를 너는데 다섯 장째 똥기저귀가 나온다. 이런이런. 아가야, 뭐니? 밤에 왜 이다지도 똥개놀이를 시키니? 그러나, 기저귀를 갈고 빨래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속이 썩 안 좋아 한 시간 이십 분 사이에 똥기저귀를 다섯 장이나 내놓아야 하는 아기야말로 힘들 테지. 나야 손에 물기 마를 겨를이 없이 몰아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몸이 버틴다. 속이 꾸르르해서 자꾸 똥기저귀를 내놓는 갓난쟁이는 속이 더부룩한데다가 똥꼬까지 아플 테지.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대로 있고, 힘든 사람은 힘든 사람대로 있다. 힘드는 사람한테 힘들겠군요 하고 걱정하려 한다면, 힘드는 사람이 보살피는 아픈 사람이 얼마나 아파서 괴로운가를 함께 근심해 주면 얼마나 좋으랴 싶다. 책을 읽는 사람은 앎조각을 쌓재서 책읽기를 할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쌓고 믿음을 다지재서 책읽기를 할 사람이다. 내 삶을 보고 힘들 사람 삶을 보며 아플 사람 삶을 보도록 이끄는 책읽기이다. (4344.5.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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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5-30 22:22   좋아요 0 | URL
흠 이젠 된장님 같으신 분은 없지요.대부분 힘들다고 종이 기저귀를 이용하니까요.
된장님이 빠시는 방법을 보니 옛날 우리 할머님들이 하신 방법과 같으신가봐요^^

숲노래 2011-05-30 22:53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누구나 하던 빨래가 이제는 다 사라지고... 쓰레기만 나오는 빨래가 되고 말아요. 빨래하고 나오는 헹굼물뿐 아니라, 종이기저귀나 세탁기도 오래지 않아 쓰레기가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