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샘이 깊은 물》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5.15.



 잡지 《샘이 깊은 물》 권수를 살핀다. 다른 책들을 먼저 살피면서 제자리를 찾아 주느라 《샘이 깊은 물》은 한 곳에 뭉텅이로 쌓기만 하고 오래도록 건사하지 못했다. 마른 천으로 먼지를 닦으면서 한 권씩 제자리를 찾아 준다. 펴낸 해와 달에 맞추어 차곡차곡 꽂는다. 정기구독을 해서 읽던 잡지가 아니라, 헌책방에서 하나씩 찾아서 읽던 잡지이다. 누군가 통째로 내놓은 잡지를 사들인 적이란 없다. 한 번에 한두 권씩만 사서 모으던 잡지이다. 이제 헌책방에서도 《샘이 깊은 물》은 좀처럼 만나지 못한다. 이 잡지를 보던 이들이 여느 신문뭉텅이하고 함께 종이쓰레기가 되도록 버렸는지 모르고, 이 잡지이든 저 잡지이든 헌책방에는 잡지가 넘치게 들어오는 만큼 헌책방 일꾼이 알뜰히 못 돌보는지 모른다.

 비로소 얌전히 꽂거나 눕힌 잡지를 바라본다. 앞으로 한 해 두 해 더 흘러서 열 해가 지나고 스무 해가 지난 뒤에는, 앞날 사람들이 《샘이 깊은 물》과 같은 잡지를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앞날 사람들은 헌책방에서 비싼값을 치르면서 이 잡지를 찾아서 읽으려나, 아니면 비싼값을 치르며 건사할 수집품으로 여기려나, 새로운 나날에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삶얘기를 펼치도록 도와줄 책동무로 여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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