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54] 온누리

 온누리를 적시는 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은 두릅나무 잎사귀에도 내리고 단풍나무 작은 꽃망울에도 내리며 화살나무 잘디잔 꽃봉오리에도 내립니다. 온누리에 아름다운 사랑과 꿈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두 손을 모은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온누리 사람들이 즐거우면서 해맑게 살아가도록 하자면, 평화를 지킨다는 군대가 아니라 평화를 이을 만한 논밭을 건사할 노릇입니다. 무기를 손에 쥐는 군인이 있대서 지키는 평화가 아니라, 낫과 쟁기와 호미와 가래와 삽과 곡괭이와 보습을 쥐고 힘껏 땀흘리며 두레와 울력과 어깨동무를 해야지 싶어요. 아름다운 나라에는 군대가 있을 까닭이 없으며, 전투경찰뿐 아니라 교통경찰까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범죄자를 다스린다는 경찰이라지만, 범죄자가 태어나는 밑뿌리를 캐내어 다스리도록 사람들 여느 삶자락을 아끼거나 사랑하거나 보듬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너무 가난해서 괴로운 사람이 없도록, 너무 넘쳐서 아무렇게나 퍼지르며 바보짓하는 사람이 없게끔, 서로서로 도우며 나누는 삶을 가르치면서 즐길 때에, 비로소 온누리에 미움과 아픔이 가시면서 웃음과 기쁨이 꽃피리라 생각합니다. 온누리는 저마다 작디작은 조용한 마을로 이루어져야지 싶습니다. (4344.5.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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