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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25 - 완결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마무리는 뻔할 만화일 테지만, 예쁜 사람들
[만화책 즐겨읽기 36] 니노미야 토모코, 《노다메 칸타빌레 (24∼25)》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옮겨진 《노다메 칸타빌레》가 2011년 4월 15일에 25권으로 드디어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껏 니노미야 토모코 님이 그린 만화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데, 《노다메 칸타빌레》 1권을 집어들던 첫무렵부터 이 만화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는지 훤히 보였습니다. 아주 뻔하다 싶은 줄거리로 이어질 만화가 되리라 느꼈어요.
줄거리가 훤히 보이는 작품이지만,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라든지 《GREEN》이라든지 《음주가무연구소》라든지 즐겁게 읽을 만화입니다. 니노미야 토모코 님 만화책은 ‘줄거리를 살피는’ 작품이 아니라, 당신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툭탁툭탁 부대끼거나 올망졸망 어울리는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 “어차피 하는 건, 같은 모차르트잖아. 비에라 선생님도 나와 같은 총보를 사용해. 난 충분히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24권 113쪽)
생각해 보면, 니노미야 토모코 님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만화책은 마무리가 어떻게 될는지 어림할 수 있습니다. 조금 뜻밖이다 싶도록 마무리가 되더라도 ‘이렇게 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첫 권을 집어들면서 ‘아하, 이 만화는 이러저러하게 되다가 몇 권쯤에서 요리조리하게 끝나겠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만화를 읽든 글을 읽든 사진을 읽든, 마무리나 줄거리는 그닥 대수롭지 않아요. 이야기를 어떻게 엮느냐가 대수로우며, 어떠한 이야기로 어떠한 사랑과 삶과 사람을 그리느냐가 대수롭습니다.
- “이 오페라만큼은 웃으며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아마 우리 관객들은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25권 123쪽)
이제껏 한국말로 옮겨진 니노미야 토모코 님 만화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분 만화에 한결같이 흐르는 넋이란 ‘밝은 웃음’과 ‘맑은 사랑’입니다. 회사원으로 일을 하든 흙을 일구며 땀흘리든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든, 저마다 선 자리에서 제 삶을 아끼면서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를 어여삐 사랑하는 나날을 살며시 보여줍니다. 더 돋보이는 삶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빼어난 사람을 추켜세우지 않아요. 더 따스한 사랑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수수한 자리에서 수수한 나날을 수수한 사람과 수수한 사랑으로 가꾸는 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밝은 웃음을 나누면서 맑은 사랑을 꽃피우는가 하는 실타래를 풉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스물다섯 권은 스물다섯 가지로 나누어 들여다보는 수많은 밝은 웃음과 숱한 맑은 사랑이 춤추는 노래잔치라고 할까요.
- ‘그래,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25권 87쪽)
- “세계적인 노다메 양이 바로 마법의 방울이지. 받아들여! 치아키.” (25권 135쪽)
- ‘그녀가 앞으로도 쭉 나와 함께 음악의 길을 가 주는 것만으로 기쁘기 때문에, 모두의 연주를 들으러 세계 각지로 가 보고 싶어.’ (25쪽 172쪽)
빈틈 많은 사람들이 빈틈 많은 삶을 꾸리며 빈틈 많은 사랑을 맺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어쩌면, 니노미야 토모코 님 만화책치고 ‘제대로 된’ 작품이 없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되든 안 되든 무엇이 대단하겠습니까. 웃으면서 읽고 싱그럽게 받아들이며 착하게 가슴에 여미면 넉넉할 테니까요.
노벨상을 받겠다는 작품이 아니고, 1000만 권이 팔리기를 꿈꾸는 작품이 아니며, 세계명작으로 손꼽히기를 바라는 작품이 아닙니다. 작은 사람들이 작은 꿈을 작은 가슴에 품으면서 작은 사랑으로 열매를 이루는 작은 삶길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나한텐 꿈만 같았어요! 선배와의 첫 협연!” “바보. ‘협연’은 피아노 솔로로 협주곡을 같이 하는 거야.” “전 오케스트라 속에 있는 것도 꿈이었는걸요. … 너무 행복해서 앞으로 1년 동안은 이걸 반찬 삼아 혼자서도 맛있게 밥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5권 150∼151쪽)
협연이면 어떠하고 오케스트라이면 어떠하며 오페라이면 어떠하겠습니까. 이것이든 저것이든 아무것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동무요 이웃입니다. 서로 아끼는 벗이며 살붙이입니다. 나란히 한길을 뚜벅뚜벅 걷는 고운 님입니다. 곁에서 따사롭게 어루만지며 돌보는 옆지기입니다.
피아노 천재가 아닌 노다메입니다. 지휘 천재가 아닌 치아키입니다.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를 이루는 삶을 사랑하며, 노래를 이루는 삶을 조용히 일구며 복닥이는 여느 사람들을 사랑하는 노다메이고 치아키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인 노다메이면서 치아키입니다. 누구 위에 올라선다거나 누구 밑에 밟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 자리에서 어깨동무하면서 웃고 떠들며 울다가는 얼싸안는 예쁜 사람입니다.
예쁜 넋이 곱다시 담긴 《노다메 칸타빌레》 이야기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꼭 열 해를 이었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어떤 예쁜 마음이 어떠한 고운 손길에 실려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질까 궁금합니다. (4344.5.10.불.ㅎㄲㅅㄱ)
― 노다메 칸타빌레 24∼25 (니노미야 토모코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0.9.15.+2011.4.15./4200원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