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와 책읽기


 둘째가 태어날 오월을 맞이한다. 곧 둘째가 태어나는데, 나는 우리 살림집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집안을 다스렸는가 헤아린다. 둘째가 오늘 저녁에 곧바로 태어나더라도 우리 살림집은 둘째가 느긋하면서 즐거이 깃들 만큼 알뜰히 다스렸는가 곱씹는다.

 새롭게 함께 살아갈 아이도, 둘째를 낳아 몸을 더욱 제대로 추스를 옆지기도, 동생을 맞이할 첫째도, 이들을 건사하며 집일을 도맡을 아버지도, 이 작은 시골집에서 옹기종기 복닥일 만큼 살림집을 다부지게 다스리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가 태어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손에 책을 쥘 겨를이란 차츰차츰 줄어든다. 첫째가 태어나던 때에도 이와 같았다고 느낀다. 하루에 책 한 줄 안 읽으면 마음이 무너지느니 어쩌느니 한다지만, 집식구를 살피면서 하루살림을 꾸리자면, 살짝 허리를 펼 틈이 없을 때가 잦다. 어쩌면 책읽기란 ‘있는 사람만 누리는 기쁨’은 아닐까. 지난날 그토록 수많은 책을 사들여 읽던 내 삶이란, 나 또한 ‘무언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소리가 아닐까.

 나한테는 돈이 그닥 있지 않다. 나한테는 그저 실컷 부리는 몸뚱이하고 돈푼 조금 모이면 집살림 아닌 책살림에 보태는 마음가짐만 있었다. 홀로 살아가던 지난날에는 모든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을 책살림에 들이부었다. 이러니까 돈이 없고 집이 없으며 이름이 없달지라도, 여기에 지식이 없고 가방끈이 없으며 권력 따위가 없을지라도, 얼마든지 내 깜냥껏 ‘책삶을 누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할 만하다.

 이제 나는 내 몸뚱이를 집식구와 함께 살아가는 흐름에 맞추어 부려야 한다. 돈푼 조금 생기면 집살림을 마련하거나 집식구 먹을 여러 가지를 장만하는 데에 보태야 한다. 나로서는 종이에 담긴 사랑넋을 받아먹을 틈바구니가 거의 없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 주지 않는다면, 내 마음밥을 살찌운다는 책읽기를 하나도 못하고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되고 만다. (4344.5.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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