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


 ‘사상전향서’란 얼마나 끔찍한 폭력인가. 그러나, 이런 종이쪽을 썼대서 생각이 바뀌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저 이런 종이쪽은 사람을 얽어매려는 쇠사슬이다. 주민등록증에 붉은 줄을 긋고는 한 사람을 ‘죽을 때까지 죄인으로 손가락질’하는 셈하고 마찬가지이다.

 반성문이란 참으로 쓸데없는 종이쪽이자 모진 폭력이다. 그러나, 이 종이쪽을 써야 비로소 뉘우쳤다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글은 그럴싸하게 쓰면서 삶은 엉터리라면 반성문이란 무슨 뜻인가? 기록? 자료?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한 사람 ‘성적’이나 ‘재주’를 보여주지 않듯이 반성문이란 어느 한 사람 삶을 뉘우친 자국이 될 수 없다. 오로지 이 한 사람이 살아온 나날과 부대낀 나날이 온삶과 온사랑으로 ‘뉘우침글’이 된다.

 반성문 없이 옳고 바르게 살아갔으나 반성문을 안 썼으니까 나쁜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하거나 깎아내리거나 떠들어도 되는지 궁금하다. 시인 신동엽 님은 일제강점기에 쓴 ‘平山八吉’이라는 창씨개명을 놓고, 시인 이원수 님은 일제강점기에 쓴 친일시를 놓고, 따로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반성문이란 삶으로 보여줄 노릇이지, 글로 적바림한대서 뉘우침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쪽이 아닌 온몸에 아로새긴 뉘우침글을 읽어야 사람과 삶과 사랑을 읽을 수 있다. (4344.4.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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