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빛과 책읽기


 시골마을 멧골집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비록 예전과 견주면 그닥 안 맑은 하늘이라 할는지 모르지만, 제법 파란 빛깔 고운 낮하늘입니다. 아마 지난날하고 견준다면 참 어설프다 할 수 있겠지만, 제법 까만 빛깔이면서 알알이 별빛이 박힌 예쁜 밤하늘입니다.

 도시 한켠 골목집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때를 떠올립니다. 기찻길 옆 골목집에서는 기차 소리로 시끄러웠으나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보며 탁 트인 마음이 될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3층 벽돌집 2층에서 살아갈 때에는 하늘 한 조각만 바라볼 수 있어서 서운했으나, 저녁에 보리술을 사러 아이를 데리고 동네 가게에 다녀올 때에는 조용한 밤길에 조용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내가 밟아야 할 흙을 흙답게 밟을 수 있어야 하는 한편, 내가 등으로 짊어지며 올려다보아야 할 하늘을 하늘다이 올려다보며 고개숙일 수 있어야 비로소 삶이 아닐까 하고 느낍니다.

 흙을 느끼고 하늘을 느끼는 나날이기에, 흙하고 하늘한테 고맙다 말할 수 있습니다. 흙을 보며 하늘을 보는 하루이기에, 흙이랑 하늘한테 눈길을 보내며 말을 걸 수 있습니다. 흙을 만지거나 하늘을 휘젓는 삶이기에, 흙과 하늘한테서 새 목숨을 선물받는다고 느낍니다.

 깊어 가는 봄날 흐드러지게 내린 눈꽃은 밤새 눈얼음으로 바뀝니다. 눈이 부시게 하얗게 깔린 눈떡 같은 눈밭을 땀흘려 쓸고 치웁니다. 겨울날 눈은 그냥 쌓이기만 하지만, 봄날 눈은 땅바닥에 얼어붙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라면 밤에도 얼어붙을 걱정이 없으나, 시골자락, 게다가 멧골자락 눈은 밤새 얼어붙습니다. 겨울눈은 겨울눈대로 한 번 얼어붙으면 고약하지만, 봄눈은 봄눈대로 한 번 얼면 퍽 고달픕니다.

 눈을 눈으로 맞아들이면서 이 눈더미를 텃밭에 뿌립니다. 우리 조그마한 텃밭이 눈물을 머금으며 더욱 싱그러울 수 있기를 비손합니다. 어느새 한낮이 지나고 저녁이 찾아들며, 다시금 별빛 깜깜한 밤입니다. 등불 하나 없는 멧자락 밤은 참 깜깜합니다. 이 깜깜한 밤마을 어디쯤에선가 올빼미가 울고, 나로서는 이름을 잘 모르는 멧새와 멧짐승이 웁니다. 엊그제까지 울던 멧개구리 소리는 모두 잦아들었습니다. 설마 갑작스레 추워져서 얼어죽었나? 겨울잠에서 깨어 서로 사랑놀이를 나눈 다음 알을 낳고 한꺼번에 숨을 거두었나?

 도시에서 살아가면 도시내기 삶이면서 도시내기 삶을 글로 적바림하면서 도시내기끼리 나눌 책을 빚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면 시골뜨기 삶이면서 시골뜨기 삶을 글로 옮기면서 시골뜨기끼리 주고받을 책을 일굽니다. 이제 도시내기만 많고 시골뜨기는 드물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 글은 읽어 줄 사람이 드물 테지만, 어쩐지 별빛과 밤하늘 느끼는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몇 줄 끄적입니다. (4344.3.2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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