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일제조사


 일요일 저녁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온다. ‘주민등록 일제조사’를 한다는데 마을 이장이 우리 집 식구 얼굴을 모른다고 하면서, 면사무소로 와서 우리 집에 참말로 사는지를 쪽지에 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 뚱딴지 같은 소리이다. 지난 3월 3일에 민방위훈련이라 해서 새벽 여섯 시에 마을회관에 갔을 때에 마을 이장을 만났는데, 마을 이장이 우리 집 식구 얼굴을 모른다니 말이 되는가. 게다가 내가 이 집에서 살지 않는다면 민방위훈련 통지서는 어떻게 받고 새벽 여섯 시에 마을회관에 어찌 가겠는가. 정 궁금하면 면사무소에서 찾아와 보면 된다. 시골 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산다고 못 들르겠는가. 면사무소 일꾼은 우리보고 면사무소로 아무 때라도 들러서 이름만 적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래, 아무 때나 들른다면 들를 수 있겠지. 그렇지만 면사무소 일꾼이 길그림을 죽 펼쳐놓고 면사무소하고 우리 집 광월리가 얼마나 멀찌감치 떨어졌는가를 들여다보기라도 했다면 아무 때나 들르라는 말을 못하리라. 더구나 시골버스가 하루에 몇 대 지나가는가. 한 번 면사무소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는 줄을 헤아리기라도 할까. 여기가 무슨 서울 같은 큰도시라도 되기에 면사무소를 쉽게 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일요일 저녁에 면사무소에서 늦게까지 일하는 공무원 삶을 헤아리며 씁쓸한 말까지는 하지 못한다. 다만, 참 슬프다.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니 딱하기는 하되, 참말 면 끄트머리 자그마한 멧골집 살림살이를 곰곰이 헤아리는 공무원이라 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하기는, 아직까지 ‘일제조사’라는 말을 쓰는 관청 행정부터 불쌍하다. 올해가 몇 년인데 여태껏 ‘일제조사’인가. (4344.3.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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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3-23 23: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즘도 '일제조사'라는 단어를 쓰는군요!

숲노래 2011-03-23 23:59   좋아요 0 | URL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나라예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