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새 나비와 새 개구리
오늘부터 드디어 이불 빨래를 한다. 손으로 빨까 생각했는데 옆지기가 이오덕학교에서 빨래기계를 빌려서 쓰자고 말한다. 요즈음 가뜩이나 기운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끼기에 옆지기 말을 듣기로 한다. 빨래기계를 빌리는 김에 이불을 두 채 빨자고 생각한다.
가장 때 많이 탄 이불부터 두 채를 안고 빨래감과 설거지거리를 안고 멧길을 오른다. 계단논 얼음은 아직 다 안 녹았다. 학교 헤엄터에도 얼음이 아직 그대로이다. 이러니 우리 집 물도 아직 안 녹을 테지. 그런데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린다. 어, 어, 벌써 나비인가? 저녁이 되면 퍽 쌀쌀한데 나비가 이렇게 팔랑거려도 괜찮은가.
빨래기계 앞에 선다. 이불을 한 채씩 넣고 대야로 물을 부으며 비누를 골고루 문지른다. 단추를 누르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기계를 들여다보니 멈췄다. 왜 멈추었을까. 다시 단추를 누른다. 돌아간다. 씻는방에 가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고 나서 능금을 씻는다. 능금과 빨래를 통에 담고 빨래기계 있는 데로 간다. 빨래기계가 또 멈췄다. 빨래기계를 만진 지 너무 오래된 탓일까. 아니, 나는 빨래기계를 만진 적이 없나. 요새 빨래기계는 단추 몇 번 누르면 다 되는 듯한데, 아닌가. 다시 단추를 이래저래 누른다. 이번엔 제대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한 시간 육 분 걸린다고 불이 깜빡인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 마친 빨래감을 들고 집으로 내려온다. 옆지기가 수제비 반죽을 한다. 아이가 옆에서 알짱알짱하면서 거들겠다고 나선다. 함께 밥을 먹고 나서 아이가 또 더럽힌 옷 두 벌을 벗겨 빨래하러 올라간다. 빨래기계 있는 데로 가니 빨래가 다 되었다. 아이들이 노는 철봉대에 이불을 하나씩 펼쳐서 넌다. 아이 옷가지 두 벌을 새로 빤다.
아침부터 해바라기를 시킨 이불은 방으로 들인다. 방과 마루를 옆지기하고 함께 치우고 이래저래 쓸고 닦기를 더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나가기로 한다. 오늘은 장날이라서 반찬감을 좀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읍내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숨을 헐떡이는데 왼편 비탈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 이곳에서는 벌써 개구리가 깼나.
어제 집식구들 다 함께 읍내마실을 나올 때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골버스라 할지라도 차에 타면 멧개구리 깨어나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이렇게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걷지 않고서야 이른봄 첫 개구리 울음소리를 맞아들이지 못하는구나.
읍내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르막에서 다시금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는다. 구불구불 멧길을 걷는 아저씨 하나 보인다. 아저씨도 개구리 소리를 함께 듣겠구나. (4344.3.12.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