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학부모·어버이, 제도권학교·대안학교


 아이하고 하루 내내 붙어서 지내자면 힘듭니다. 아이가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기란 참 힘듭니다. 그러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학교에 보내는 일도 그리 좋은 일은 못 됩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한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은가 하는 모습이나 이야기는 어버이 스스로 보여주거나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르침은 삶이지 지식이 아닙니다. 배움은 삶이지 정보가 아닙니다.

 오늘날 학교나 학원은 지식과 정보만 다룹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삶을 보여주거나 마주하도록 이끌지 않습니다. 수많은 대안학교가 제도권학교에 맞서서 태어납니다만, 대안학교는 학교 살림돈을 얻자며 시험공부 하는 교과서를 받아들입니다. 대안학교 스스로 대안교과서를 만든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 스스로 앞으로 어디에서 누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면 좋을까’를 놓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도시에 깃든 대안학교라면 제도권학교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라 할 때에는 ‘대안’이라는 한자말이 ‘다른 길’을 뜻하는 만큼, 참말 제도권학교하고 다른 길을 걸어야 합니다. 제도권학교는 시골마을에 자리해도 도시에 있는 학교와 똑같이 가르칩니다. 제도권학교는 가난한 동네에 깃들어도 부자가 모인 동네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르칩니다.

 대안학교라 한다면, 도시 아닌 시골에 뿌리내려야 올바릅니다. 시골에 뿌리내려서 시골사람을 키울 수 있어야 대안학교답다 할 수 있습니다. 정 안 되겠다 싶어 도시에 자리잡는 대안학교일 때에는, 도시에서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가는 길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 맞아들이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돈을 버는 일자리를 찾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돈이 아닌 삶을 깨달으며 나와 내 동무와 살붙이와 이웃을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일깨우도록 돕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어버이 혼자 집살림 꾸리고 바깥살림 돌보며 아이하고 살아가기 벅찰 수 있습니다. 벅차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나, 아이하고 복닥이면서 벅찬 나날을 보내는 만큼, 아이하고 더 사랑스레 어우러질 수 있다고 느끼며, 아이 앞에서뿐 아니라 어른 스스로 옳고 바르며 착한 길을 씩씩하며 즐겁게 살아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는 어른을 가르칩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우고,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함께 살아가기에 서로서로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이 나라 학교 가운데에는 아이와 어른이 서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데가 없습니다. 이 나라 학교는 어른과 아이가 서로를 똑같이 아름다운 목숨으로 여겨 섬기거나 높이거나 따숩게 끌어안는 얼거리를 짜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라서, 참 힘들지만 밥하고 빨래하며 살림하는 나날을 잇습니다. 아이는 아이라서, 참 신나게 뛰어놀며 씩씩하게 배우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4.3.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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