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2] 푸른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들어서는 길목, 멧자락마다 푸른 풀싹이 돋습니다. 아직 눈이 안 녹은 자리에도 새 풀이 납니다. 푸릇푸릇한 빛깔로 바뀌는 들판을 바라봅니다. 머잖아 이 멧자락이며 들판이며 푸른빛이 가득하겠지요. ‘푸른들’이 될 테지요. 겨울이 지나가는 들머리에서 비가 내리니 하늘은 더욱 새파랗습니다. 파랗디파란 시골자락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생각합니다. 밤과 새벽에는 까맣디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헤아립니다. 낮하늘은 파란하늘이고 밤하늘은 까만하늘이구나. 이 넓은 파란하늘이 끝나는 자리는 어디일까요. 아마 땅끝하고 만날 테고, 저기 끝에는 바다하고 만나겠지요. 바다는 사람들이 어지럽히는 쓰레기가 아니라면 파란 빛깔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그러니까, 하늘도 파랗고 바닷물도 파랗습니다. 파란하늘이고 파란바다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하늘도 바다도 들판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아무래도 도시가 커지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어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만, 우리 푸른들을 모르니 ‘綠色’ 같은 일본말에 ‘풀 草’라는 한자를 덧단 ‘草綠’에 얽매인다든지 영어로 ‘green’을 말하기도 하지만, ‘파란들’이라는 엉뚱한 이름을 쓰기까지 합니다. (4344.3.3.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