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어머니와 책읽기


 맹자 어머니는 맹자를 가르치려고 집을 세 차례 옮겼다고 한다. 아무 데에서나 살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를 생각할 때에 좋은 터전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옛이야기를 으레 다 안다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아는 대로 움직이거나 살아가는 사람은 뜻밖에 매우 적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왜 살아가는가? 도시가 아주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깨끗하거나 살갑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가는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까닭은, 첫째 돈벌이를 할 구멍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둘째, 문화며 제도며 시설이며 많아서 손쉽게 이것저것 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셋째, 어디로든 오가기 좋기 때문이 아닌가.

 물이 깨끗하지 못하며, 바람이 시원하지 않은데다가, 햇볕을 따사로이 쬘 수 없는 도시이다. 여름에는 너무 춥고, 겨울에는 너무 더운 도시이다. 매캐한 차방귀며, 숨막힐듯 넘치는 사람물결에, 지나치게 많은 아이들이 좁은 곳에 우글우글 몰려서 마음껏 뛰놀거나 배우기 힘든 학교만 있는 도시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안 저절로 남과 겨룰밖에 없고, 밤과 낮을 잊을밖에 없으며, 그토록 많은 사람물결이라지만 외로운 섬처럼 동떨어진다.

 경찰이나 군대가 우리 마을을 지켜 줄까. 자물쇠와 첨단경비장치가 우리 집을 지켜 주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시의원이 우리 살림을 지켜 주겠나.

 사람들 스스로 내 목숨을 참다이 사랑하며 내 이웃을 착하게 아끼는 길을 찾지 않기 때문에, 책다운 책은 옳고 바르게 읽히기 힘들다. 환경이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망가지지만 막상 환경책은 안 읽힐 뿐 아니라, 돈바라기 출판사 돈바라기 껍데기 환경책만 쏠쏠히 팔린다. 사람들 스스로 환경을 살피지 않으며 돈을 좇는 도시에서 삶터를 붙잡기 때문이다.

 맹자 어머니가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에서 살아가고 싶을까. 맹자 어머니가 서울 강아랫마을 같은 데에 제 보배로운 아이를 데리고 살자고 하겠는가. 맹자 어머니는 당신 아이를 데리고 어떠한 터전을 찾아나서겠는가. 마음붙이 동무는 내가 오래오래 살던 곳에만 있지 않다. 마음붙이 마을은 내가 오래오래 살던 곳이기만 하지 않다. 마음붙이 일감은 도시에만 있을 수 없다.

 책을 읽으려면 책을 읽을 만한 데에서 일하고 놀며 살아야 한다. 책을 읽어 가슴으로 새기자면 내 살림살이를 알차며 아름다이 일굴 만한 데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책사랑이 되자면 삶사랑 사람사랑 목숨사랑 흙사랑 하늘사랑 물사랑 바람사랑이 될 만한 보금자리와 터전과 마을을 얼싸안아야 한다. (4344.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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