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베개로 책읽기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어느새 아침이 밝고 바깥은 환하다. 어제 늦게까지 안 자던 아이는 열한 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은 일찌감치 아침 차리느라 부산을 떨지 않아도 좋구나 생각하면서 차츰 몸이 처진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면 아빠도 글쓰기를 일찍 마치며 아침을 차리느라, 이무렵은 아이가 밥을 거의 다 먹고 설거지를 할 때. 모처럼 이때까지 집일을 뒤로 젖히니 느긋하기는 하지만, 늘 이무렵 설거지를 하고 살짝 기지개를 켜며 방바닥에 드러눕다 보니 눈이 무섭게 감긴다. 눈을 뜨나 떴다 하기 힘들고, 애써 자판을 두들겨 보려 하지만 자꾸 손가락이 엇나간다.

 히유 한숨을 몰아쉰다. 집식구가 조금 늦게까지 꿈나라에 빠졌어도 아빠는 느긋하게 글쓰기를 못 하는구나. 셈틀을 끈다. 바닥에 그대로 눕는다. 머리가 허전해서 옆에 쌓은 책 몇 권을 옮겨 베개로 삼는다. 몇 분쯤 지긋이 눈을 감고 쉰다. 조금 뒤 눈을 살짝 뜨고는 왼편에 놓은 책 하나를 펼친다. 책을 베개로 삼아 누운 채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은 지 5분쯤 지나자 아이가 잠에서 깬 소리가 난다.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언제나처럼 노래를 부른다. 어쩜, 이렇게 잠에서 깰 때마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우리 집 아이라지만 참으로 놀라우며 예쁘다. 아이한테 지난달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 잘 잤어요? 아버지 잘 잤어요?” 하고 말하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바로 오늘부터 “어머니, 잘 잤어요?” 하고 물으며 흔드는 소리가 난다. 이 녀석아, 일어난 사람한테 하는 인사이지, 어머니는 둘째를 배어 몸이 힘드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잖니. 어머니를 깨우며 그런 인사를 하면 어떡하니.

 아이는 겉바지와 웃겉옷을 하나씩 들고 아버지한테 온다. “치마 입혀 주셔요. 바지 입혀 주셔요.” 하고 말한다. 변기에 오줌을 누면 “쉬 했어요.” 하고 똥을 함께 누었으면 “쉬 했어요. 똥 눴어요.” 하고 말한다. 치마 같은 웃겉옷이랑 겉바지를 입혀 달라는 소리를 하나하나 한다. 이리하여, 아빠는 책을 베개 삼아 책을 읽는 아침 말미는 고작 5분 만에 끝낸다. (4344.1.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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