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36] 새봄맞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면,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아온 투박한 사람들은 늘 우리 말을 사랑했습니다. 다만, 우리 말을 사랑해 온 여느 수수한 사람들 투박한 삶에는 ‘우리 글’이 없었을 뿐입니다. 글은 없으나 얼마든지 즐거웠고, 글은 쓰지 않았어도 말과 넋으로 아름다운 삶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이 아닌 ‘중국사람 글’을 아끼며 섬기던 사람들은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야 옳습니다. 새해를 맞이했으면 ‘새해맞이’라 하면 될 뿐인데, 이제껏 ‘謹賀新年’ 언저리에서만 맴돌았습니다. 새로 맞이하는 봄을 기쁘게 나누려는 마음을 ‘새봄맞이’라든지 ‘새봄사랑’이라든지 ‘새봄새날’이라든지 ‘새봄한빛’이라고 글월을 적어 붙이지 않았어요. 이 또한 조금 더 생각하면, 가을걷이를 마친 볏짚으로 지붕을 이은 여느 수수한 사람들 살림집 문에는 ‘立春大吉’ 같은 글월이 붙지 않습니다. 중국사람 글을 우러르며 돈과 이름과 힘을 거느리던 사람들 기와집 대문에만 붙은 한문입니다. (4344.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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