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와 글쓰기
아이 귀를 언제부터 파면 좋을까 오래도록 생각만 하다가 엊그제 드디어 귀를 파 본다. 귀후비개를 살살 집어넣는데 딱딱한 뭔가가 걸린다. 뭐가 이렇게 있나 하고 톡톡 치며 툭 하고 떼어내니 귓구멍 크기만 하게 말라붙은 귀지이다. 귀지가 이토록 크게 엉겨붙으면서 말라붙기까지 하는가. 애 아빠로서 아이 귀를 얼마나 안 후벼 주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아침저녁으로 코를 파면 아침저녁으로 길쭉한 콧물딱지를 뽑아낸다. 코도 귀도 몸도, 참말 자주 씻기고 자주 돌보며 자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애 아빠로서 너무 모자라다. 이래저래 애쓰거나 힘쓰거나 용쓴다지만, 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아이 삶을 놓고 살펴야 한다. (4344.1.25.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