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33] 손닦는천
어릴 때부터 ‘수건(手巾)’이라는 낱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지만, 뾰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딱히 다른 낱말을 쓰는 어른도 없었습니다. 손을 닦든 낯을 닦든, 닦는 천인데, 어쩐지 ‘수건’은 제 쓰임새를 옳게 나타내지 못한다 싶었어요. ‘손수건’은 어떤 천일까요. ‘손수건’이란 말이 될까요. ‘발수건’은 또 어떤 천인가요. ‘발수건’이란 말이 될 수 있는가요. 아이를 씻기고 나서 물기를 훔칠 때에 아이한테 “저기 수건 가져오셔요.” 하고 말은 하지만, 아이한테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늘 아리송합니다. 아이 머리카락과 몸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생각합니다. 먼 옛날 농사짓던 사람이나 고기잡던 사람은 어떤 물건을 쓰면서 어떤 낱말을 주고받았으려나요. 오늘날 사람들은 하나같이 ‘수건’이라 할 뿐 아니라 ‘타올(타월/towel)’이라고도 하지만, 우리 아이한테 참말 이 말을 고스란히 그냥 그저 그예 가르쳐야 하나 알쏭달쏭합니다. 깊어 가는 밤, 새근새근 잠든 아이 옆에 나란히 누워 헤아려 봅니다. 우리 아이한테는 ‘손닦는천’이라 하고 ‘발닦는천’이라 하며 ‘접시닦이천’이라 말해 볼까. (4344.1.18.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