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첫글 (아톰 사랑)


 새해 첫날을 맞이한 아침나절, 어떠한 글을 쓰며 새 하루와 새 해를 열면 좋을까 하고 한참 생각합니다. 책 이야기를 쓰나 헌책방 이야기를 쓰나 멧골자락 아이키우기 이야기를 쓰나 하다가, 아무래도 내가 걸어가는 길은 다른 무엇보다 우리 말글을 다루는 사람으로 부대끼는 삶이니까, 우리 말글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합니다.

 말부터 옳고 바르게 할 줄 알아야 생각을 옳고 바르게 합니다. 생각을 옳고 바르게 할 때에 삶을 옳고 바르게 꾸리는 길을 찾고, 삶을 옳고 바르게 꾸리는 길을 찾아야 비로소 책다운 책을 옳고 바르게 살핍니다. 책다운 책을 옳고 바르게 살피는 사람은 책 하나 장만하고자 새책방과 헌책방을 알뜰히 사랑하거나 아끼는 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맨 처음은 마땅히 말이요 글입니다. 가장 작은 말마디 하나를 보살피고, 가장 여린 글줄 하나를 보듬습니다. 가장 힘여린 살붙이를 돌보는 나날을 사랑하고, 더없이 어리며 예쁜 딸아이와 함께 지내는 오늘을 좋아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엊저녁 《우주소년 아톰》 만화책 6권째를 읽습니다. 만화영화로 그린 아톰은 만화책으로 처음 나온 아톰 이야기를 알뜰히 살렸습니다. 2003년에, 그러니까 데즈카 오사무 님이 돌아가신 뒤 다른 이들이 새롭게 그린 아톰 만화영화는 《우주소년 아톰》 만화책을 알뜰히 살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톰 캐릭터’ 예쁘게 꾸미고 ‘쓰리디 멋스러이 다듬는’ 데에 눈길을 맞추었습니다. 아톰은 예쁘장한 로봇이 아니라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마음을 사랑하는 착한 어린이인데, 이 대목을 살리거나 살피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솜씨와 빼어난 손길로 아톰 만화영화를 다시 그린달지라도 재미있을 수 없고 값있을 수 없으며 보람찰 수 없어요. 만화책 아톰을 보면, 사람들은 거의 웃지도 울지도 않으며 살아가는데, 아톰만큼은 늘 웃고 웁니다. 아톰만큼은 착하게 웃고 해맑게 웁니다.

 올 새해에 헤아릴 내 말글이든 올 새해에 장만할 내 책이든 올 새해에 찾아들 헌책방이나 골목길이든, 저로서는 데즈카 오사무 님이 1951년에 처음 《아톰대사》를 그리며 담은 넋을 사랑하거나 아끼는 매무새를 곱게 잇고픕니다. (4344.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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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02 00:25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글을 올려주시네요.된장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숲노래 2011-01-02 08:05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 주시는 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은 글을 쓴다기보다..

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