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마음


 예뻐 보이는 그림을 보여주려고 영화를 찍지 않으며, 이렇게 하려고 영화를 찍는다면 부질없습니다. 재미나 보이는 줄거리를 들려주려고 영화를 찍지 않으며, 이렇게 한다면 영화를 찍는 일이 덧없습니다. 확 잡아당기는 짜임새를 뽐내려고 영화를 찍지 않으며, 이러한 영화라면 영화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습니다. 이름난 배우를 수두룩히 받아들여 돈을 벌려고 영화를 찍지 않으며, 이리 한다면 영화는 아주 형편없이 되고 맙니다. 빼어난 감독이라든지 넉넉한 감독이 있다든지 해서 영화가 아름다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영화 하나 찍어 살뜰히 나누는 길이란, 영화 촬영기를 손에 쥔 사람들 마음밭에 땀이라는 씨앗과 사랑이라는 손길을 바쳐 맛나고 싱그러울 푸성귀나 곡식을 일구는 길입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재미 삼거나 시간 죽이기를 하거나 이름난 작품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애써 짬을 내어 영화를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영화를 본다고 한다면, 이 영화 하나로 내 마음이 살찌면서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이끌고 싶기 때문입니다. 영화 보는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숨쉰다면, 책을 보는 마음 또한 가지런히 살아숨쉽니다. (4343.12.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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