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글쓰기
아이가 새벽부터 밤까지 아빠를 찾는다. 밤에 자면서도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마다 아빠를 찾으며 “쫀(손)!” 하고 외친다. 아빠가 한손을 주어 제 손을 잡아 달라는 뜻이다. 바야흐로 잠이 들 무렵 퍼뜩 잠이 깨고, 잠이 얼핏 들다가도 번쩍 깬다. 밤새 도무지 잠이 들 수 없어 조용히 일어나 셈틀을 켜고 글조각 건사하려 하면 아이는 어느새 깨어났는지 다시금 “아빠! 아빠!” 하면서, 옆자리에 누운 아빠가 어디에 갔느냐고 찾으며 운다. 새벽 세 시이든 네 시이든 가리지 않는다. 저도 아빠랑 일어나 있겠다면서 기저귀 풀어 달라 말하며 엄마를 깨운다. 옷 주섬주섬 챙겨 입고 큰방으로 나온다.
밥을 하든 설거지를 하든 빨래를 하든 아빠 둘레에 달라붙는다. 책 갈무리를 하든 텃밭을 돌보든 우체통에 갔다오든 아빠 곁에 바싹 붙는다. 불가에서 떨어져 있으라 하든, 빨래하는데 뒤에서 밀지 말라 하든 아이는 듣지 않는다. 아빠가 바삐 써서 보내야 하는 글이 있다 하든, 책 좀 읽자며 이불을 무릎에 덮으며 방구석에 앉아 있든 아이는 찰싹달싹 들러붙는다.
앞으로 너덧 살이 되고 예닐곱 살이 되면 아빠는 모르는 척하려나. 아직 어린 나이이니까 이렇게 아빠를 찾으며 끝없이 달라붙으려나. 아무리 길어도 스무 해를 안 갈 테니까, 이렇게 아이가 달라붙는 나날을 즐거우며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려나.
하기는, 아이가 열대여섯 나이가 되어 젖가슴까지 튀어나온 때에 아빠한테 찰싹달싹 들러붙겠는가. 제 짝꿍을 만나 팔짱을 끼며 걸어다닐 무렵에 아빠를 쳐다보겠는가. 아이가 예순 살만 산달지라도 고작 열 해, 1/5만 아빠한테 들러붙는 셈이다. 아이가 여든 살을 산다면 1/8쯤, 아니 1/10쯤만 아빠한테 엉겨붙겠지. 어느덧 아침밥을 해야 할 때이다. (4343.12.2.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