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7] 씨앗콩

 올 칠월에 멧기슭에 깃든 시골집으로 들어오면서 늦깎이 텃밭 일구기를 했습니다. 칠월에야 씨앗을 심어 무엇을 언제 거두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조그마한 옥수수랑 아욱이랑 갓이랑 무랑 요모조모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콩을 거두는데, 조금 더 일찍 따야 했으나 이래저래 다른 일 때문에 젖히거나 잊은 채 지냈습니다. 거름 한 번 제대로 내지 않고 텃밭을 일구었으니 참말 엉터리 텃밭농사였습니다. 그러나 땅이랑 햇볕이랑 비랑 바람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람들 엉망진창 텃밭에도 고운 손길을 내밀어 콩알이 제법 열렸고, 이듬해 다시 심을 씨앗콩을 어느 만큼 갈무리하도록 선물을 베풉니다. 콩밥을 한다면 고작 두어 끼니 먹으면 그만인 콩알이지만, 씨앗콩으로 삼는다면 텃밭 두어 고랑쯤 알뜰히 심을 만큼 됩니다. 얼마 안 되는 콩이기에 다른 농삿집처럼 콩줄기를 뽑아 마당에 죽 펼쳐 놓고 도리깨로 두들겨 콩알을 얻지는 못합니다. 그냥 밭도랑에 쪼그려앉아 콩꼬투리를 하나하나 따서 두 손으로 톡톡 열어 한 알 두 알 꺼냅니다. 처음에는 이 일을 혼자서 다 하다가는, 아빠 곁에 나란히 쪼그려앉은 아이한테 ‘아빠가 벌려 놓은 꼬투리’에서 알 꺼내는 몫을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아이는 스물여덟 달에 첫 씨콩 갈무리를 함께합니다. (4343.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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