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6] 작은이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날, 어머니가 큰마음 먹고 저한테 ‘다달 학습지’ 하나를 받아서 주었습니다. 웅진아이큐라는 데에서 나오는 학습지였고, 이 학습지에 곁달린 이야기책에는 “큰 마음 작은 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학습지는 제대로 안 풀면서 “큰 마음 작은 아이” 이야기책은 알뜰히 읽고 즐겼습니다. 어느 날 이 이야기책 이름을 “큰 아이 작은 마음”이라고 잘못 말해, 형은 이 이름을 갖고 동생을 오래도록 놀렸습니다. 학습지를 만들던 어른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노릇은 없으나, 어찌 되었든 아이들이 몸은 작아도 마음은 크다는 뜻을 나누고프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엉뚱하게도 저는 몸은 크면서 마음은 좁은 아이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벌써 스물 몇 해가 흐른 지난일인데 오늘까지 이때 일은 잊히지 않습니다. 저는 예나 이제나 ‘작은사람’, 곧 ‘작은이’이면서 ‘큰마음’이고프기 때문인지 모르며, 이제는 제법 ‘큰사람’, 곧 ‘큰이’가 되었으나 아직까지 ‘작은마음’에 머물거나 갇히거나 옭매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꼭 큰마음이라 해서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작은이 작은마음, 곧 작은사람 작은넋이어도 얼마든지 아름답습니다. 크든 작든 내 결대로 살아가며 곱게 여미면 좋습니다. (4343.11.25.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