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3] 잠집

 충청북도 충주시 끝자락이라 음성읍과 맞닿은 신니면 무너미마을 부용산 기슭에 이오덕자유학교라는 배움터가 있습니다. 산골마을 품에 안은 배움터 아이들은 으레 산을 타고 밭일을 하며 짐승하고 어울립니다. 이곳에는 ‘모임집’이 마련되어 있고 ‘헤엄터’가 따로 있습니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두루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모이는 집”이라는 말뜻 그대로 모임집이요, “헤엄을 치며 노는 터”라는 말뜻 그대로 헤엄터예요. 언제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으나, ‘씻는방’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을 들려준 분은 딱히 우리 말글 사랑을 할 뜻으로 ‘씻는방’이라 하지 않았습니다. 말뜻 그대로 “몸을 씻는 곳”이니까 씻는방을 찾았습니다. 그 뒤 ‘잠방’하고 ‘잠집’이라는 말을 다른 사람한테서 듣습니다. 이 말을 읊은 분 또한 애써 한겨레 말사랑을 펼치려는 뜻이 아니라, “잠자는 방”이랑 “잠자는 집”을 찾다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을 뿐입니다. 따로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은 낱말인 한편, 꼭 국어사전에 실어야 할 만한 말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그예 살아가며 조곤조곤 나누면 좋을 말입니다. 낯선 곳으로 마실을 해서 잠잘 곳을 찾으니 잠집을 알아봅니다. 밖에서 밥을 사먹으니 바깥밥을 먹습니다. (4343.11.1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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