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는 마음
감알을 밥상에 올려놓는다. 옆에 쟁반이 보여 쟁반으로 다시 옮긴다. 감알은 열두 알이 작은 쟁반에 꼭 찬다. 세 알을 더 놓아야 해서 두 알을 위에 얹는다. 아이는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며 저도 한 알을 위에 얹는다. 그러고 이듬날 아침, 아이는 아직 잠들어 있다.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며 글쓰기를 하던 아빠는 감알을 두 알 먼저 먹는다. 한 알을 더 먹을까 하며 어느 알을 먹을까 헤아린다. 먼저 먹은 두 알은 생채기가 있던 감알. 이제부터 먹을 감알에는 생채기가 하나도 없다. 조금 큰 알? 살짝 작은 알? 아이가 한입에 먹을 작은 알을 남길까? 아이한테 큰 알을 먹으라고 할까? 음, 열세 알이 있으니 아빠가 큰 알을 먹고 열두 알을 남길까? 오늘은 아빠가 큰 알을 차지해 볼까? 아이는 으레 더 큰 알을 제가 차지한다. 아빠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에 아이 또한 이렇게 하는지 모른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도, 또 아이가 보지 않는 뒤에서도, 아빠가 조금 더 작은 알을 골라서 먹어야겠다. (4343.10.29.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