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글쓰기


 아이를 안고 비알진 멧기슭을 천천히 탄다. 아이는 아빠가 하듯 나뭇가지를 한손으로 들어서 앞을 틔운다. 판판한 길이 나오니 아빠 등에 붙은 나뭇잎과 잔가지를 털어 준다. 아이는 어디에서 이런 몸짓을 배웠을까. 엄마나 아빠가 하는 양을 보다가 따라했을 테지. 엄마나 아빠가 다른 양을 보여주었다면 다르게 움직였겠지. 그리 굵지 않은 나무가 띄엄띄엄 선 풀숲 한복판에 조용히 앉아 우리 살림집을 내려다본다. 멧기슭을 고작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사뭇 다르게 보인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아이가 자라나고, 내가 바라보는 곳에서 아이 눈높이가 자라며, 내가 사랑하는 글을 아이가 읽으며 큰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아이를 품에 안으며 엉덩이와 등을 토닥인다. 아이한테 바라는 말을 조곤조곤 들려주고, 아이가 얼른 고뿔이 나아 더 씩씩하게 놀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천천히 이부자리에 앉아 아이를 눕힌다. 아이 이마와 가슴과 어깨에 살며시 성호를 그리니 “또또와 또또와 아멘.” 한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참답고 착하며 고운 사랑을 물려주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을 먼 뒷날 아이가 커서 읽을 무렵에 아이는 내 글에 참답고 착하며 고운 사랑이 깃들어 있다고 느낄 수 있겠는가. (4343.10.19.불.ㅎㄲㅅㄱ)
 

(그래, 너 세 살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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