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과 글쓰기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돌아보았을 때에 빨래를 하고 빨래를 털고 짜며 빨래를 널었다가 빨래를 걷어서 빨래를 개는 데에 들이는 품이란 참 많다. 쌀을 씻어서 불리고 밥을 안치고 밥상을 차린 다음에 치우는 품 또한 많다. 아이랑 부대낀다든지 집일을 하며 들이는 품이란 얼마나 많은가. 나는 글쓰는 사람이라 하지만 정작 글쓰기를 하는 데에 들일 품이란 얼마나 적은가. 그러나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고 옆지기 어머니를 헤아리면, 내가 집살림에 들이는 품이란 참 적다. 우리 어머니이든 옆지기 어머니이든 당신 온삶을 집살림에 바치고 있다. 두 분 어머니한테서 맛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라든지, 두 분 어머니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넉넉함이란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다. 두 분 어머니가 이제까지 살아온 하루하루가 모두어지며 저절로 느끼는 고마움이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내 살림살이에 제대로 손길을 바치지 못하는 주제에 살림이 어떠하다느니 살림이란 어떠해야 한다느니 하고 떠벌일 수 없다. ‘그나마’가 아니라 ‘꽤 많이’ 품과 틈을 들여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내 삶이다. 집살림을 하느라, 또 자전거를 타느라, 여기에 사진기를 쥐느라 내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히기는 했지만, 내 글쓰기는 다름아닌 굳은살에서 우러나오지 않는가. 앞으로 내 손에는 굳은살이 더 많이 박힐 테며, 이에 따라 글쓰기에 쏟을 겨를은 훨씬 줄어들 텐데, 이렇게 글쓰기에 쏟을 겨를이 훨씬 줄어들면서 외려 ‘글쓰기 삶’은 더 길어지겠지. (4343.7.1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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