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 쓰기
반쯤 왼쪽이라고 밝히는 ㄱ님은 한겨레신문에 곧잘 글을 쓴다. 그러나 나는 한겨레신문에 글을 쓸 마음이 없다. 예전에 두 해 반에 걸쳐 우리 말 이야기를 한겨레신문에 쓴 적이 있지만, 한겨레신문사에서 나를 취재한다고 할지라도 취재를 받아들이고픈 마음이 없다. 취재를 하고 싶으면 그저 내 책을 읽고 느낌글이나 써 주면 좋겠다. 이는 경향신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말은 내 책에 다 적혀 있으니, 기자들 스스로 읽기 나름이다. 잘 읽어낼 수 있으면 나를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취재글을 쓸 수 있다.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 나를 만나더라도 아무 울림과 떨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이든 동아일보이든 중앙일보이든 취재를 받을 마음이 없고, 이런 곳에 글을 쓸 마음 또한 없다. 그러나 애써 취재를 안 받는다거나 글을 안 쓰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런 일을 할 만큼 나한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요, 이런 일까지 하면서 내 고맙고 알뜰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흘려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까, 한겨레신문이든 조선일보이든 어느 신문에고 글을 쓸 수 있고 취재를 받을 수 있으나, 굳이 이런 일은 안 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마음과 매한가지로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안 쓸 생각이다. 그러나 기사는 띄운다. 기사를 띄울 뿐이지만, 굳이 ‘오마이뉴스이기에 여기에 올리는 글’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날마다 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틀로 기사로 붙일 뿐, 오마이뉴스를 빛내거나 도와준다든지, 또는 오마이뉴스를 빌어 내 생각을 밝히거나 알리려는 마음은 없다. 나는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을 좋아할 뿐, 바른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뜻을 지키며 훌륭한 삶을 일구는 사람을 사귀고 싶을 뿐, 아름답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은 삶을 아무렇게나 꾸리는 사람하고 만날 만큼 널널하지 않다. 그러니까, 나는 나 스스로 바른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고, 나 스스로 휼륭하다고 느끼거나 믿을 만한 일거리를 찾아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글다운 글을 쓸 마음이어야 글쟁이이다. 사진다운 사진을 찍을 마음이어야 사진쟁이이다. 아이를 참다이 사랑하고자 마음쓰며 살아야 어버이이다. 몸소 올바르며 맑고 착하게 살아야 스승이다. 내가 차츰차츰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내 둘레에서 내가 마주할 사람들 누구나 시나브로 좋은 사람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 (4343.7.11.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