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 (양장) - 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을까?
이지훈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골프장이 있는 까닭
 [애 아빠가 오늘 읽은 책 33] 이지훈,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제주 삼다수’ 먹는샘물 회사는 한 해에 31만 톤쯤 땅속물을 길어서 쓴다고 합니다. 제주섬에 있는 골프장들은 한 해에 1812만 톤쯤 땅속물을 퍼내어 쓴다고 하고요. 제주 삼다수 먹는샘물 회사에서 쓰는 물보다 제주섬 골프장 한 곳이 쓰는 땅속물이 훨씬 많다는군요. 그렇지만 이런 물씀씀이를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매우 드뭅니다.

 어제 낮에 헌책방마실을 하려고 동인천역에서 빠른전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식구 옆에 나란히 앉은 젊은 두 사람이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 국가’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더군요. 칭얼대는 아이를 보느라 바쁘면서도 용케 옆자리 젊은이들 목소리가 귀에 하나하나 들렸습니다. 젊은이들은 물이 그렇게 모자라다는데 제주 삼다수는 그렇게 물을 퍼올리면 어떡하느냐고 걱정을 합니다. 이런 이야기 다음으로 골프장에 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젊은 당신들이 가는 골프장에서 물을 어느 만큼 쓰는지, 또 농약이나 풀약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를 하나도 모를까요. 아마 하나도 모르니 이런 이야기를 조곤조곤 주고받지 않느냐 싶습니다.

 물 이야기를 좀더 살피고 싶다면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그물코,2009)이라는 훌륭한 책이 하나 있고, 《주식회사 물》(달팽이,2007) 같은 속깊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살짝살짝 나오는 겉핥기 이야기로는 우리를 둘러싼 물 이야기를 찬찬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지구가 차츰 뜨거워지는 까닭이 어디에 있고, 우리 나라에 물이 모자라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를 옳게 살피고 바르게 읽으며 슬기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국립공원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애써 설치해 놓은 공원의 자동차 도로를 뜯어내고 숲속에 그림처럼 지어 놓은 숙박시설을 공원 밖으로 이전했다 … 국립공원의 존재 의미가 ‘국민이용 편의’에서 ‘자연보전 중심’으로 분명하게 옮겨간 것이다 … 국립공원청의 책무가 “손상되지 않은 자연/문화자원의 ‘보존’”이기에 그들은 이를 훼손하는 어떠한 인공시설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중 보존해야 할 대상에는 생태계도 있지만 ‘경관’도 있다. 그렇기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  (14, 19쪽)


 우리 집 아이는 고기를 안 먹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아주 잘게 씹어서 주면 때때로 받아먹기는 하지만, 아이는 김치를 가장 좋아합니다. 애 엄마와 애 아빠가 따로 고기를 즐겨먹지 않을 뿐더러 고기를 마련하여 밥을 차리는 일이 없기도 하지만, 어쩌다 바깥에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아이는 고기는 아예 쳐다보지 않습니다.

 둘레 어른들은 아이가 튼튼히 자라려면 고기도 먹어야 할 뿐 아니라 많이 먹어야 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고기다운 고기가 있는지를 살피는 어른은 없습니다. 뭍고기들이 얼마나 많은 항생제를 먹으면서 좁아터지고 지저분한 시멘트 우리에서 끔찍하게 길러지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생제 중독》(시금치,2005)이나 《우리 안에 돼지》(숲속여우비,2010) 같은 책들을 찾아서 읽으면 좋으련만, 이런 책을 읽은 분들이라 할지라도 우리 입맛을 달짝지근하게 꼬드기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몹쓸 먹을거리인지를 느끼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엠에스지’를 안 넣는다고 다들 크게 써붙이고 있으나, 이런 딱지를 써붙이기 앞서는 모두들 엠에스지를 써 왔으며 갖가지 첨가물과 화학색소를 잔뜩 집어넣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인 먹을거리란 가게에 없고, 자연 그대로를 받아먹을 터전이란 도시에 없습니다. 이리하여 자연스러울 수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며 이것저것 꼬치꼬치 어떻게 따지느냐면서 항생제이든 농약이든 사료이든 첨가물이든 화학색소이든 무어든 혀끝에 따라 낼름낼름 사먹거나 사먹이는 우리들 살림살이입니다. 옳게 마련하여 내다 파는 생협 물건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제는 여느 공산품 물건하고 거의 같은 값일 뿐더러 우리 스스로 옳게 마련하여 내다 파는 생협 물건을 사랑하고 아낄 때에 비로소 여느 공산품 물건 또한 허투루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음을 살피지 않는 우리들 생각밭이요 매무새입니다.


.. (우리 나라는) 1986년 12월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립 근거가 마련됐으나 관리공단은 ‘건설부’ 산하에 마련됐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주무부서가 ‘건설부’라니. 1991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무부서가 ‘건설부’에서 ‘내무부’로 바뀌었다가 1998년 들어서야 비로소 ‘환경부’로 이관됐다 ..  (28쪽)


 ‘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을까?’라는 작은이름을 달고 나온 책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를 읽습니다. 글쓴이 이지훈 님은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방문연구원으로 한 해 다녀온 나날을 밑거름 삼아 미국땅 국립공원을 요모조모 살펴보았고, 그동안 한국땅 국립공원을 돌아본 나날을 견주면서 우리네 국립공원이 나아갈 올바른 길을 밝히고자 애씁니다.

 책에 붙인 큰이름과 작은이름을 읽는다면 이 책 고갱이는 한 줄로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첫째, 한국 국립공원은 미국 국립공원을 보며 배워야 합니다. 둘째, 한국이 우러러 마지않는 미국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하나도 없으나 우리 나라에는 많이 있고 많이 새로 놓으려고 아둥바둥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미국과 한국은 이토록 다를까요. 미국을 섬기고 받든다고 하는 한국사람들은 왜 미국이 훌륭히 잘하는 모습만큼은 터럭만큼이나 배울 생각을 안 할까요. 왜 한국사람들은 한국에 도움이 되는 미국사람 정책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한국에 도움이 안 되는 미국사람 정책만을 두 손 받들어 모시려고 할까요.

 정치하는 사람과 공무원이라는 사람들 탓인지요? 배운 사람들 탓인지요? 기자들과 광고지 같은 몇몇 신문들 탓인지요? 썩어문드러진 기득권과 수구 무리들 탓인지요?

 케이블카를 놓을지라도 아무도 안 탄다면, 한국땅 공무원이나 개발업자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건설부나 ‘있던 케이블카도 없앱’니다. 그런데, 한국땅에서 생각있는 사람이나 생각없는 사람이나 케이블카가 ‘짠!’ 하고 놓이면 ‘입으로는 나무라지만 몸으로는 케이블카를 탑’니다. 여느 사람이든 지식인이든 운동가이든 활동가이든, 입과 몸이 따로 놉니다.

 정치를 배우든 경제를 배우든 문화나 예술을 배우든 미국으로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국립공원을 배우고자 미국으로 날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애써 배운 좋은 이야기들을 우리 땅 우리 이웃하고 알뜰살뜰 나누고자 힘쓰는 분은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무라야 할 미국이라면 옳게 나무라고 배워야 할 미국이라면 옳게 배울 일입니다.


.. 현재 이 골프장은 공인된 ‘오듀본 협력 조수 보호구역 프로그램’에 가입되어 있으며, 미국의 몇 안 되는(1% 미만의) ‘유기농 골프 코스’ 중 한 곳이다. 여기서는 재활용 물만을 사용하며 어떤 종류의 비료와 농약,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잡초는 순전히 제초기와 맨손만을 사용하여 제거한다. 업자가 18홀로 확대시키려 했으나 공원 당국은 허가해 주지 않았다. 이 정도면 어떠한 생태적 위험도 없는 골프장인 셈이다. 이러한 역사를 모른 채 국립공원에 골프장이 있는 모습만 보고 이것이 보존과 이용의 조화라는 실용주의적 보존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다면 요세미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서는 여간 황당한 일이 아닐 것이다 ..  (48쪽)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를 쓴 이지훈 님은 2008년 3월에 교육방송에서 보여준 ‘세계의 자연 : 미국의 국립공원’이라는 ‘특집 다큐프라임’을 보았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공부를 할 뿐 아니라 미국에 찾아가서 미국 국립공원을 배우고 있던 글쓴이로서는 아주 반기면서 기쁜 마음으로 이 ‘특집 다큐프라임’을 보았다는데, 참으로 대단한 품과 돈과 사람을 들인 놀라운 작품인 이 방송이 외려 사람들한테 엉뚱한 생각을 불러일으킬까 걱정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교육방송 풀그림은 ‘이용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를 들먹이면서 그릇된 정보와 어설픈 취재로 뚱딴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골프장은 요세미티가 국립공원이 되기 앞서부터 있던 골프장이요, 더욱이 우리 나라 골프장들처럼 갖가지 농약과 풀약을 잔뜩 치는 골프장이 아닌 ‘유기농 골프장’임을 헤아리지 않았거든요.

 우리 지식사회를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텐데, 올바르고 알맞게 좋은 길을 함께하자고 나서는 자리에서조차 좀더 속깊이 파고들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다큐멘터리이든 다큐프라임이든 그럴싸한 그림으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 눈길을 둘 노릇이 아니라, 올바른 그림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 눈길을 둘 노릇입니다. 시청자가 10만이 되어야 보람이 있는 방송이 아닙니다. 시청자가 9만이어도 되고 5만이나 1만이어도 됩니다. 아니 1천이나 1백이어도 괜찮습니다. 시청자가 100만일지라도 100만 가운데 내 삶을 바꾸며 거듭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부질없습니다. 시청자가 1천 사람일지라도 이 가운데 열 사람이나 백 사람이 스스로 내 삶을 바꾸며 거듭나려 했다면 더없이 보람있습니다.

 많이 팔리거나 잘 팔리는 책이 뜻있는 책이 아니라 제대로 읽히거나 잘 읽히는 책이 뜻있습니다. 이름난 사람이 좋은 삶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 좋은 삶입니다. 크고 많은 돈이 즐거운 삶이 아니라 살갑고 넉넉하며 따뜻하여 사랑스러울 때에 즐거운 삶입니다.

 국립공원이란 ‘여기만 지키자’는 다짐이 아닙니다. 국립공원이란 ‘여기부터 건사하자’는 다짐입니다. 국립공원부터 올바로 건사하여 우리 둘레 모든 삶터를 슬기롭고 아름다이 건사하자는 첫머리 다짐입니다.


.. 특정 지역이나 공간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그곳이 마치 ‘자신의 소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주인 의식을 갖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책임의식의 발로에서 비롯됐으리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도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된다. 국립공원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공적 자산인데, 그곳을 관리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스스로가 마치 회사 주인이자 주주인 양 행세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러다 보니 국립공원의 ‘주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사무소(직원)가 되고, 탐방객은 ‘객’으로 취급되어 버린다. 이 ‘주인’은 객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지, 소중한 자연환경을 훼손하지는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데 주력한다 ..  (149∼150쪽)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를 한 번 읽고 나서 차근차근 한 번 더 되새겨 봅니다. 처음 읽을 때에 밑줄을 그은 대목을 살피니 몇 군데 없습니다. 밑줄을 그은 대목을 찬찬히 거듭 되읽으니 책 한 권을 통틀어 똑같은 이야기를 두어 차례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 첫머리부터 맺음말이 다 나와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구나 싶습니다. 좀더 많은 자료와 정보를 보여주고자 애쓴 땀이 엿보이지만, 국립공원 이야기는 더 많은 자료와 정보가 없이도 얼마든지 알차고 훌륭히 선보일 수 있을 텐데, 글쓴이는 이 대목을 놓치고 있습니다.

 글쓴이 이지훈 님이 미국땅 모든 국립공원을 좀더 오래 두루 돌아다녔다고 해서 책이 더 알찰 수 있지는 않습니다. 딱 한 군데 국립공원만 찾아보았다 할지라도 이 한 곳에서 당신 가슴을 싸하게 적신 모습을 적바림할 수 있으면, 당신 마음밭을 넉넉히 북돋운 모습을 조곤조곤 들려줄 수 있으면, 국립공원이 있기에 당신 넋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음을 지식조각이 아닌 삶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됩니다.

 꼭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을 때에만 지켜야 할 아름다운 터전이 아닙니다. 반드시 국립공원만 알뜰히 지켜야 할 자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터전 어디나 아름다이 건사해야 합니다. 우리 삶터 어디나 알차게 가꾸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아름다운 목숨빛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푸나무 모두, 자연 터전 어디나, 제 결을 고이 보듬을 때에 살기 좋은 이 나라로 다시 태어납니다. (4343.5.6.나무.ㅎㄲㅅㄱ)


 ┌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배운다》(한울,2010)
 ├ 글 : 이지훈
 └ 책값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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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5-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책 2권이 보관함에 추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