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91 : 새로운 책과 새로워지는 책
엊그제 새 자전거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타고다닌 자전거는 모두 닳고 망가졌기에 더 손질할 수조차 없었거든요. 자전거를 장만하면서 자전거집 일꾼한테서 ‘자전거 사용설명서’를 여러 권 얻습니다. ‘자전거를 새로 장만하는 사람치고 이러한 설명서를 챙기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잔뜩 쌓여 있다고 합니다. 설명서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찬찬히 훑으니, 이 설명서만 꼼꼼히 읽고 스스로 해 보아도 ‘웬만한 자전거 손질은 스스로 해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이달에 《자전거 홀릭》이라는 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모임을 이끄는 분들 가운데 한 분이 쓴 책으로, 자전거를 처음 가까이하거나 이제 막 좋아하려는 사람한테 길잡이가 될 만하구나 싶습니다. 돈으로 사는 자전거가 아닌, 마음으로 껴안는 자전거가 얼마나 좋은 길벗인가를 보여줍니다.
지난달에 《두 발 자전거 배우기》라는 그림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아이들한테 네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책인데, ‘자전거를 좋아하며 늘 타는’ 제 눈으로 보기에 자전거를 옳게 못 그리기도 했으며, 자전거가 마치 ‘남보다 빨리 달리려고’ 있다는 듯한 이야기를 슬며시 심어 주기에 반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왜 자전거를 사 주고 타도록 하고 가르치는가요? 아이들은 왜 자전거를 선물받고 타야 하는가요? 책에 담긴 그림은 예쁘장하지만 그예 예쁘다고만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네발에서 두발로 갈아타는 일이란 ‘홀로서기’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만,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없이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는 기쁨’을 엉뚱한 쪽에서 받아들이도록 한다면, 청계천에 전기로 수도물 끌어들어 흐르게 하면서 시원하다 말하는 모습하고, 또한 서울과 부산에 물길을 내고 나라안 물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하고 매한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지지난달에는 《고물자전거 날쌘돌이》라는 그림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버려진 자전거, 아니, 아이들이 처음에는 엄마 아빠한테 졸라서 ‘번쩍번쩍’하는 새 자전거를 비싼 값에 장만하고 난 뒤 마구잡이로 싱싱 달리다가 함부로 내던지고 내팽개치고 비오는 날에도 바깥에 두는 바람에 찌그러지고 다치고 구멍나고 빛바래고 슬어 버린 자전거가 되살아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 스스로도 어린 날 겪어 보았지만, 짐자전거이든 세발자전거이든, 한 주에 한 번은 말끔히 닦아 주어야 오래도록 즐겁게 탄 다음 동생한테든 동무한테든 아이들한테든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아이들은 자전거를 닦을 줄 모르고 내처 달릴 뿐입니다. 자전거 사 주는 어버이 또한 자전거 닦기와 손질을 함께할 줄 모르며, 돈으로 값만 치를 뿐입니다.
나날이 쏟아지는 새 물건이 많으니, 자전거 또한 새롭고 더 나아 보이는 녀석으로 갈아타기만 하면 되는지 모릅니다. 날마다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지니, 겉보기에 그럴싸한 책을 쥐어들며 자꾸자꾸 새책만 찾으면 되는지 모릅니다. 가짓수는 꾸준히 늘고 새 이야기는 늘 넘치는데, 고이 스며들며 가슴으로 묻어나는 책은 어째 가물에 콩 나는 듯합니다. 새로운 책으로 새로워지는 마음결과 삶터는 찾아보기 어렵고, 새로운 책으로 새로운 돈만 벌겠다는 마음보와 세상물결은 어렵지 않게 찾아봅니다. (4342.6.25.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