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공선옥 아줌마, 1:20으로 수다 떨기
 ― ‘문학동네 인터넷방’에 ‘소설 1일 연재’ 하는 공선옥 님과 독자들 모임



 출판사 문학동네 인터넷방(http://cafe.naver.com/mhdn)에 올 2009년 1월 12일부터, 소설쓰는 공선옥 님 작품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날마다 실리고 있습니다. 날마다 실리는 공선옥 님 작품에는 날마다 서른 꼭지 안팎으로 댓글이 달리면서, 공선옥 님 작품을 놓고 독자들마다 이런저런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날마다 이어실리는 소설은, 신문에 날마다 실리는 소설하고 마찬가지로 여길 수 있으나, 신문소설과는 사뭇 다른 ‘인터넷방 이어쓰기’가 된다고 느낍니다. 신문에 실리는 소설에도 독자들은 편지로 당신들 느낌과 생각을 나누게 되지만, 인터넷방에 이어실리는 소설에는 그날그날, 아니 그때그때 독자들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게 됩니다. 소설을 쓰는 분으로서는 독자들 느낌과 생각이 어떠하든, 당신 스스로 이어나가려는 흐름을 고이 지킬 수 있는 한편, 독자들이 느끼거나 생각하는 줄기를 곰곰이 되짚으면서 당신 소설을 조금씩 다르게 추스를 수 있기도 합니다. 문학은 작가 혼자서 외로운 방에 틀어박혀서 머리를 짜내어 이루는 이야기이지만은 않으니까요. 외로운 방에 틀어박혀서 뽑아내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방에 들어가기 앞서까지 수많은 사람을 부대끼고 숱한 세상살이를 치러내야 하니까요.

 이를테면, 3월 6일에 올라온 38회치 작품에 달린 댓글을 죽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뒷북소녀] 다행히 정신이는 기사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군요. 환이가 상처 받은걸까요? 그럼, 안 되는데...^^;;
 [서울아이] 아..어쩌죠, 어쩌죠.. 환의 소박함이 소심함이 아니기만을...
 [렌] 설마! 환이 소심남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가 버리면 어떡해!
 [설해목] 진만이 이 나쁜넘의 쒜이.... 어쩌자고 남의 가난한 행복에 재를 뿌리고.... 우이씨.. 열받네.. 그니까 니가 좋아하는 여자도 제대로 못 잡는 것이다.. 이것아.. 라고 해금이 대신 말해 줘야지..-.-
 [렌] 근데 아이디는 '뒷북소녀'신데 일등이시네요 ㅎㅎ
 [미망] 아...순식간에........ 사라진 내 가난한 행복..... 어쩜좋아~~~
 [설해목] 렌님.. 음~~~~ 그거 유머라고 하신 건 아니죠? ^^;; 아닐거야.. 설마~~~
 [hoolahoop] "진만이 이 나쁜넘의 쒜이.... " 직접 듣고 시포...ㅋㅋㅋ
 [hoolahoop] 승희에게 따뜻한 밥 해먹이던 진만이... 그의 상처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넘 심하게 삐뚫어졌는데요...-_-
 [해라] 내 가난한 행복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ㅜ.ㅜ 어쩌죠. 이 모든 건 진만 때문이야!!! ㅜ.ㅜ
 [뒷북소녀] 렌님... 제 닉네임은 그 뒷북이 아니라 다른 뒷Book이랍니다... :)



 바로바로 올라오는 댓글은, 소설을 쓰는 분한테뿐 아니라 소설을 싣는 매체 분들, 그러니까 출판사 편집자와 기획자한테도 ‘앞으로 펴낼 작품을 독자들이 어떻게 헤아리거나 받아들이는가’를 곱씹게 되는 좋은 도움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출판사 일꾼도 여느 독자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되어, 자기 일터에서 나오는 작품과 작가로서가 아닌 가깝고 반가운 마음으로 작품에 좀더 깊숙하게 빠져들 수 있을 테며, 이렇게 ‘작가-독자-출판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문학 하나가 우리 삶으로 한결 깊숙하고 푸근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 2월 18일 저녁 일곱 시에, 서울 서교동 ‘별 포차’라는 술집에서 “1차 오프라인 독자모임 : 공선옥 선생님과 술 한잔 어때요?”를 엽니다. 독자들이 공선옥 님을 만나뵈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기도 했고, 소설쓰는 공선옥 님 또한 인터넷 댓글로만이 아닌 바깥자리에서 소주 한잔 부딪히며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도 독자와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이 술을 좋아하고, 똑같이 사람 사귐을 좋아하는데다가, 똑같이 조촐한 만남을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리하여 독자 스무 사람과 소설쓰는 공선옥 님은 첫자리와 둘째자리를 이으면서 술 한잔을 주고받았고, 소설쓰는 공선옥 님은 소설읽는 스무 사람하고 1:20 수다 떨기를 했습니다. 한손에는 소주잔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담배를 들면서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바지런히 옮겨 다니면서 “내 소설보다 댓글 보는 게 더 재미있어.” 하고 말하면서 이가 훤히 보이도록 시원하게 웃습니다.

 “(인터넷에 일일연재를 하면) 독자들이 ‘이런 얘기 넣어 주세요’ 하고 요구하기를 바라는데, 그런 게 없어서 …… 오늘은 독자들 의견을 듣고 취합해 보고 싶어서 왔어요.” 하는 공선옥 님은, 둘레에 앉은 독자들한테 손수 술잔을 채워 주면서, “오늘 원고를 넘기는데, (소설에 나오는) ○○이가 고뿌도 아니고 글라스에 원샷을 하다가 푹 쓰러져 버렸어 …… 아니, 나는 내가 쓰면서도 혼자서 막 웃어.” 하면서 또 즐겁게 웃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소설 줄거리를 “오늘 이 자리에 나오셨으니까 특별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하면서 살며시 귀띔을 하고,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름을 놓고는, “시골사람들이 봉석이를 봉섹이라고 해.” 하고 덧붙이고, 손 한번 잡자는 독자하고 뜨겁게 손을 맞잡으면서, “아유, 독자의 손을 잡아 보고, 웬 영광이냐.” 하면서 너스레를 떱니다. 뒤이어, “이게 연예인으로 치면 팬미팅을 하는 거죠?” 하면서 다시 웃고, 둘러앉은 독자와 출판사 분들이 모두 함께 웃으면서 술잔을 거듭 비우게 됩니다.

 서로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는, “저기, 나는 나오는 인물을 얘기를 (이 자리에서 독자들한테) 다 해 주고 싶어.” 하면서, 어느 독자가 ‘공선옥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학은 무엇이느냐’고 여쭈는 말에는, “나는 (내가 쓴 소설이) 많이 안 팔리더라도, 몇 사람이더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또는 마음이 흔들리기까지는 않더라도 마음을 울리면 좋겠어요. 사실은 (소설에 나오는) 해금이 아버지가 몸이 아퍼. 고문 받았어. 처음에 끌려갔잖아 …… (앞으로 나올 이야기 살짝 귀띔) …… 그 시대 상황이 아버지가 너무 힘든 거야.” 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해금이네) 아버지가 농사를 아주 잘 지어 놓으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감나무가 너무너무 잘 자랐는데 …… 그래서 해금이가 글을 쓰는 거야. 이건 내가 쓰는 게 아니고 해금이가 글을 쓰는 거야. 내가 쓰는 게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해금이가 글을 쓰는 거지. 작가가 되는 거지.” 하고 덧붙입니다. 당신이 쓰는 소설은 당신 글만이 아닌, 당신 삶만이 아닌, 당신 둘레에서 살아가는 마음아프고 가슴시린 모든 이웃들 삶임을, 그 이웃들 삶을 당신 이름 석 자를 빌어서 쓰게 됨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독자가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문학은 죽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여쭙자, “소설이 참 좋은 게, 어떤 삶이든 다 이해하고 싶고, 다 용인이 돼. 시는 삶을 깊이 한다면, 소설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을 넓게 해 주는 거 같아. 쓰는 사람도 타인의 삶이 가슴으로 들어오는 거잖아. 어떤 삶도 이해가 돼. 당장에는 소설이 너무 힘도 발휘를 못하지만, 나중에는 다 발휘를 하게 돼.” 하면서 문학과 소설 모두 앞으로도 크든 작든 우리를 살찌우는 힘을 펼쳐 보이면서 널리 나눌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소설은 범죄예요. 타인의 삶을 차단시켜요. 자기 마스터베이션이라고 할까. 순간의 껌이에요. 순간으로 즐기고 끝내면서 타인과 나를 차단시키는 치명적인 마약이에요. 이런 판타지 소설을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어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할 사람은 바로 정치인이에요. 판타지 소설 그것이 당신과 나하고 삶을 이어주지 않아요.” 하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자연스레 공선옥 님 당신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조곤조곤 풀어놓습니다. “내 글을 보고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스토예프스키하고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을 보고 우울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나 인간의 진실이기 때문이에 우울해도 좋은 문학이에요. (우리 삶의) 본질을 보니까.”

 이어서 마지막말을, 이제부터 좀더 신나게 술과 삶과 이야기에 빠져들자면서 한 마디 마무리말을 붙입니다. “살아 있을 때, (문학을 하면서) 생명에 대한 최대한의 경의를 보내는 거지. 나의 생명을, 최대한의 축복을.” 그리고 ‘다 함께 짠!’

 밤은 깊어가고 술도 깊어가고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과 이야기도 깊어갑니다. 집이 먼 사람은 일찍 일어나고, 집이 멀지만 오늘 만남이 반갑고 즐거운 사람은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마주앉아 깊은 밤을 함께 지새웁니다. (4342.3.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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