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어머님이 우리 딸아이를 보며 자꾸만 “우리 공주님!”이라고 말한다. 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영 껄쩍지근하다. 그러나 옆지기는 ‘귀중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지’ 하면서 넘어가자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귀중하다는 뜻을 그렇게 말해도, 우리는 우리가 아이를 바라보고 키우는 마음이 있으니, 이 마음을 지켜 나가면 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여왕도 공주도 아니요, 마님도 하녀도 밥어미도 아니다. 그저 계집아이일 뿐, 있는 그대로 딸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다. “이쁜 공주!” 하고 쓰다듬어 주고픈 마음은 알겠지만, 갓난아기일 때부터 딸아이를 딸아기 그대로 바라보면서 쓰다듬어 줄 수 없다면, 아이 마음에 새겨지는 이름과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이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이런저런 걱정도 우리 옆지기는 부질없다고 말한다. 우리 두 사람 피를 물려받은 아이라면, 우리 마음을 아이가 잘 헤아리면서 자랄 테니 믿는단다. (4341.8.19.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