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54 : 김수정 ③ 아리아리 동동



 오르지 않는 물건값이 없습니다. 라면 한 봉지 값은 어느새 800원이 되고, 얼음과자 하나도 700원입니다. 시내버스를 타면 천 원이고, 전철을 타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자면 적어도 1500원은 찍힙니다. 웬만한 낱권책 하나가 만오천 원이 넘은 지는 벌써 오래된 일. 그나마 곡식과 푸성귀 값은 거의 제자리인데, 곡식값이 제자리인 만큼,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벌이는 훨씬 형편없어진다는 소리입니다.


 물건값 오르는 빠르기에 발맞추어 집값이 오릅니다. 집값이 오르니 세들어 사는 사람들 달삯도 오릅니다. 어느 하나 오르지 않는 값이 없기 때문에,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단합니다. 장사하는 분들은 자기가 파는 값도 올림직하나, 그러다가는 서로서로 고달플 뿐더러, 물건을 한꺼번에 어마어마하게 쌓아 놓고 깎아팔기를 하는 공룡기업 가게에 손님을 빼앗길까 걱정되어 끙끙 앓습니다.


 집은 끊임없이 지어지는데, 집없는 사람이 깃들어 살아갈 집으로 짓지 않고, 집있는 사람이 덤으로 여러 채 더 사들여서 달삯 받아 방구석에서 돈굴리기 할 수 있는 부동산으로 지어집니다. 사람 살 집이 아닌 돈굴리기 부동산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집(아파트)은 오랫동안 간수하지 않습니다. 열 해쯤 지나면 슬슬 재개발 입김을 부추기고, 스무 해쯤 지나면 으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 듯 여깁니다. 또, 이렇게 허물고 다시 지어야 집값을 껑충 올릴 수 있어서 좋다고 법석입니다. 정작 자기가 깃들이며 살 집이거나 동네라 한다면, 함부로 재개발을 밀어붙이지 않을 텐데.


 따지고 보면, 집 한 채 자기 이름으로 올려놓고 살아가는 사람 숫자보다는, 다른 이가 돈굴리기하려고 장만한 집에 깃들어 사는 사람 숫자가 훨씬 많을 터이나, 힘겹거나 어려운 사람들 자리에서 정책이 꾸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김수정 님이 1985년에 그렸던 만화 《아리아리 동동》(서울문화사,1990)을 펼칩니다. “추운데 왜 나와 있니?” “누나 기다렸어.” “점심밥은 잘 챙겨 먹었니?” “응.” “잘했다.” “오늘은 호떡 안 사 왔어?” “매번 사 올 수 있니? 돈 아껴 써야지.” “에이.” “누나가 김치찌개 맛있게 끓여서 밥해 줄게.” …… “커튼 닫을까?” “아니.” “바람이 찬데.” “엄마도 저 별을 보고 계실까?” “그럼.” “엄마 많이 나았어?” “그래, 희원이 보고 싶다시더라.” “나도 엄마 보고 싶어.” “백 밤만 자면 오실 거야.” “왜 병원에선 우리 같은 꼬마는 못 오게 해?” “병원 규칙 때문이지.” …… (2권 13∼27쪽).


 만화에 나오는 ‘동동’은 나어린 저승사자입니다. 저승에서 뒷간 똥을 똥바가지로 똥장군에 퍼담아 치우는 일을 하는 형이 심부름을 시켜서 ‘죽을 때가 다가온 사람을 데려오라는’ 일을 맡습니다. 그런데 동동은 어느 한 번도 시킨 대로 사람들을 데려오지 못합니다. 일찌감치 이승에 내려가서 ‘데려갈 사람’을 지켜보며 기다리지만, 막상 데려갈 사람은 안 데려가거나 다른 저승사자가 데려가는 사람을 빼돌리기도 합니다. 누구나 때가 되면 이 땅을 떠나기 마련이라, 동동과 함께 저승에 가야 할 텐데, 동동 눈에 비친 서민들을 쉬 저승으로 불러들이기에는 가슴이 짠했는지 몰라요. 아직 이승에서 더 땀흘려 빛을 보고 열매 맺을 일이 많다고 느꼈는지 모르고요. (4341.6.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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