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셋 + 셋 + 여섯 해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남겨 줄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얻으며 보낼까요. 아이들은 어떤 즐거움을 나누거나 함께하고 있나요. 초ㆍ중ㆍ고등학교로는 모자라기 때문에, 이만큼 가르치고 배워서는 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없기 때문에, 제도권 교육과정에서는 몸과 마음이 튼튼하면서 다부지게 살아가도록 이끌기 어렵기 때문에, 이동안 가르치고 배운 여러 가지로는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갈 깜냥과 슬기가 보잘것없어서 고단하기 때문에, 대학교 네 해가 더 주어져야 할까요.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을 동네 분식집에서 만납니다. “와, 아주머니, 아저씨다!” 하고 반기다가 내처 묻습니다. “이번에 누구 찍을 거예요? 이명박 찍으실 거죠?” “이명박을 왜 찍어야 하는데?” “멋있잖아요.” “무엇이 멋있는 모습인가요?” “…….”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를 때에는 그 사람이 무슨 정책을 내놓고 우리 삶터와 사회를 어떻게 가꾸려 하는가를 꼼꼼히 살펴야 해요.”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 뽑힙니다. 이명박을 찍겠다던 제 둘레 사람들은 “이명박을 찍어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살지. 지금 서민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데.” 하고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책방 나들이를 합니다. 몇 가지 책을 주섬주섬 살펴봅니다. 만화책 《각하!》(삼인,2007)를 들춰봅니다.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1년에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던 때부터 그린 만화입니다. 《달려라 냇물아》(녹색평론사,2007)를 집어듭니다. 자동차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를 슬그머니 털어놓는 이야기부터 해서 삶이 고스란히 말로 되어 나옴을 보여줍니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이산,2000)를 골라듭니다. 일본이 엄청난 번역나라가 된 까닭은, 서양나라 쳐들어옴을 겪고 나서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유학생을 서양나라로 보내면서라 합니다. 자기들을 쳐부순 나라한테 배워야 한다고. 《박정희》(살림,2007)라는 작은 책을 집습니다. 지겨워도, 지겹겨만 여겨서는 우리 삶터를 새롭게 추스를 수 없음을 느낍니다.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를 챙겨듭니다. 대안 에너지를 마련하여 지구자원 줄어듦을 이겨낼 수 있어도 우리 스스로 헤픈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면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음을 들려줍니다.
골라든 책을 집으로 들고 와서 하나씩 읽습니다. 50쪽, 100쪽, 150쪽 쭉쭉 읽다가 덮고 다른 책 읽다가 덮습니다. 사진기를 어깨에 걸고 골목길 마실을 나옵니다. 인천시에서 ‘남북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동네 골목집 한복판을 꿰뚫으며 놓으려는 산업도로 터 앞에 섭니다. 벌써 800억이 들어간 공사라 그만둘 수 없다며 밀어붙입니다. 다문 1억만 ‘좋은 책 장만’ 하는 데 들여서, 동사무소나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너른 터에 꽂아 놓으면 저절로 동네 문화가 살고 사람들 생각과 마음씀씀이를 북돋워 줄 텐데. 그예, 앞으로 수천 억 더 들여 우격다짐으로 새 찻길을 닦아세우려는지. (4340.12.19.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