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어제를 지나고 (2026.3.19.)

― 부산 〈무사이〉



  그저 삶과 마음 그대로 담아낼 말을 헤아리면 넉넉합니다. 살아내지 않은 길을 억지로 글로 쓰려고 하면 “억지를 쓰니”까 그만 ‘꾸미기’나 ‘만들기’로 기웁니다. 살아가려는 마음이 없는 길을 꼭 글로 쓰려고 하니까 “다른 글과 책에 기대어” 엮고 짜고 매만지고 맙니다. 삶길이 아닌 글길은 겉치레입니다.


  하나씩 차분히 말빛을 헤아리기에 풀포기마다 다른 숨결과 숨빛인 줄 하나하나 알아봅니다. 이동안 어린이 곁에서 나눌 만한 말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든 다른 어린이는 풀빛입니다. 풀이 자라서 꽃을 피우듯, 어른은 “꽃피우는 풀포기”입니다. 이제 꽃을 재우고서 씨앗을 맺으면, “어른이라는 풀”은 천천히 시들어서 흙으로 돌아가요. 이러며 “다른 어린 풀씨”가 싹터서 자랄 틈을 내어줍니다.


  어제 바깥일을 마쳤고, 오늘은 〈무사이〉를 들르고서 집으로 가려는 길입니다. 이미 등짐과 손짐에 책이 잔뜩 있습니다만, 몇 자락을 얹는들 얼마나 무겁겠느냐고 여깁니다. 이미 묵직하니까 슬며시 새로 얹습니다.


  어떤 이는 ‘몸’을 놓고서 ‘가볍게 아픈(경증장애인)’과 ‘크게 아픈(중증장애인)’으로 나누더군요. 가볍게 아프면 얕보고요. 왜 나누지요? 왜 누가 높거나 낮아야 하지요? 게다가 나라밖으로 놀러다녀야만 응어리를 풀면서 ‘남들처럼’ 삶을 누린다고 여기기도 하더군요. 나라밖으로 나갈 짬이 없으면 응어리를 못 풀까요? 아예 작은마실(국내여행)조차 못 할 만큼 가난하거나 바쁜 사람은 응어리를 더미더미 안은 채 고단할까요?


  많이 팔리거나 읽힌 책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글보람(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훌륭하지 않습니다. 아름빛을 씨앗 한 톨로 심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에 아름답습니다. 띄어쓰기랑 맞춤길이랑 서울말은 몰라도 늘 스스로 삶빛을 말빛으로 옮길 줄 알면 훌륭합니다.


  나무한테는 봄볕이 더 좋거나 여름볕이 더 낫지 않습니다. 풀도 나무도 모든 햇볕을 철마나 새롭게 맞이하면서 반갑게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이라면, 값어치가 낫거나 높은 껍데기가 아닌 속빛이 푸르고 맑아서 반짝이는 이야기가 흐를 적에 두근두근 기쁘게 펼 만하다고 느껴요. 종이에 찍힌 글씨가 아닌, 종이와 글씨로 옮긴 마음씨와 말씨와 생각씨와 숨씨와 숲씨와 별씨를 읽는 책인걸요.


  등짐도 손짐도 뻑적지근할 만큼 묵직합니다. 이 봄에 땀흘리면서 책지게를 나르듯 걷습니다. 묵직한 만큼 아름답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땀을 쏟아내는 무게처럼 나무를 느껴서 배울 오늘을 걸어갈 뿐입니다.


ㅍㄹㄴ


《야구선수 김원중》(김원중·김하진, 브레인스토어, 2025.8.22.)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1》(아오키 유헤이/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6.1.31.)

#ミワさんなりすます #靑木U平

《혼자 알기엔 아까워서》(장보임, Daily Story Lab, 2025.8.29.)

《도면에 없는 사람들》(위형호, 미다스북스, 2026.2.24.)

《열두 달 소꿉놀이》(최종규 글·유한아 그림, 문화온도씨도씨, 2026.2.22.)

《삼백초 꽃 필 무렵 3》(키도 시호/최윤희 옮김, 학산문화사, 2026.2.25.)

#どくだみの花さくころ #城戶志保

《백귀야행 31》(이마 이치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26.2.25.))

#今市子 #百鬼夜行抄

《사랑의 달 7》(닛타 아키라/김지혜 옮김, 소미미디어, 2025.10.15.)

#戀のツキ #新田章

《린드그렌,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카트린 하네만 글·우베 마이어 그림/윤혜정 옮김, 한겨레아이들, 2012.2.27.첫/2013.5.2.2벌)

#Astrid Lindgren. Wer Ist Das? (2011년) (린드그렌은 누구입니까?)

#KatrinHahnemann #UweMayer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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