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가로수 가로등
사람이건 나무건 벌레이건, ‘몸’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아. 그저 ‘하려’는 뜻만 받아들이지. 그래서 “아, 이러면 힘들겠네.” 하고 여기면, 몸은 이러한 뜻을 받아들여서 “못 해내는 길”로 가. “아, 이런 일이로구나.” 하고 여기면, 몸은 이러한 뜻을 받아들여서 “새로 배우는 길”로 가. 힘들거나 안 힘들 일은 따로 없어. 언제나 스스로 내놓는 말에 따라서 가지.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힘’을 들이지. ‘힘’이란, 눈에는 안 보인다고 하는 ‘빛줄기’나 ‘빛덩이’와 같아. 보겠니? 너는 해가 돌면서 내놓는 힘을 눈으로 잴 수 있니? 지구가 돌면서 일으키는 힘을 눈으로 잴 수 있어? 힘에는 크기나 부피가 없기에 ‘눈금(수치·수량)’으로는 못 재. 그러나 힘은 그저 빛으로 이루는 줄기나 덩이라서, 눈으로도 몸으로도 느껴. 느끼는 빛인 힘을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는 늘 스스로 가늠하지. 사람들은 나무를 나무로 여기지 않느라, 집에 나무를 안 심기 일쑤이고, 땅이 아닌 좁은 꽃그릇에 가두고서 괴롭혀. 사람집이 40억 원이거나 200억 원짜리라 하더라도, 나무 한 그루가 뿌리내려서 자랄 땅이 없으면 빈껍데기란다. 새가 내려앉아서 노래할 나무 한 그루가 없고, 나무가 우거질 땅이 없다면, 이런 돌더미는 집이 아니라 0원조차 안 될 가두리(감옥)이거나 모래벌(사막)이란다. 서울(도시)뿐 아니라 시골에 거리불(가로등)을 환하게 켜며 잠들지 않는구나. 거리나무(가로수)는 거리불 탓에 밤새 시달려. 게다가 가지치기에 줄기치기로 해마다 잘려나가서 죽을맛이야. 참으로 모든 거리나무는 시름시름 앓는데, 앓더라도 ‘힘들다’고 여기지 않아. 잠 못 들고 잘리더라도, 늘 그다음부터 새로 자라려는 꿈을 그린단다. 그래서 모든 나무는 파란바람을 품고서 푸른숨으로 내놓아. 2026.11.6.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