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0.30.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남궁인 글, 문학동네, 2021.7.12.



‘고흥마을대학’이 다섯돌을 맞이해서 고흥읍에서 이야기밭(토론회)을 연다. 지난 열흘 사이에 쉴틈없이 여러 고장을 다녀오느라 한껏 힘썼기에,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 그래도 나가서 손을 보태자고 여긴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12:20 시골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서다가 걸상 바닥쇠에 오른뒤꿈치가 쿡 하고 큰소리를 낼 만큼 찍힌다. 그러려니 했으나, 내려서 들여다보니 오지게 찍혀서 피가 철철 난다. 띠를 붙여서 피를 막지만 뒤꿈치가 차갑다. 쉼터 걸상에 앉아서 띠를 간다. 해바라기를 하면서 피멎이를 기다린다. 이야기밭 자리에 어찌저찌 가서 한나절 얌전히 앉는다. 자리가 끝나자마자 감을 한 자루 사서 얼른 시골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간다. 아이들이 나무란다. 이렇게 다쳤으면 바로 택시를 잡아서 돌아와야 하지 않느냔다. 잘못했다고 고개숙인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돌아본다. 글쓴이 두 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지만 ‘아는 사이’인 듯하다. 글월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달책에 이어싣는 글로 ‘다 보는 글월’을 실은 듯싶다. 마음을 나누는 글월이 아닌, ‘글발(글힘)을 날리는 글월’인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그저 두 사람이 느긋이 오래도록 주고받은 글월이 있다면, 이런 글월을 책으로 묶으면 뜻있을 테지. 그러나 처음부터 ‘아예 책으로 묶을 뜻’으로 억지스레 쓴 글을 묶으려 하니, 너무 티가 나고, 너무 겉치레 같다.


오늘 고흥읍에서 들은 이야기를 돌아본다. 여러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했는데, 첫째로 고흥은 주민등록인구가 5만 남짓인데, 이 가운데 10500이 ‘새내기(귀촌인)’라고 하더라. 어느 고장에나 들고나는 사람은 많을 테지만, 시골에서 새내기가 1/5이 넘는다면 아주 많다. 게다가 ‘서울에서 일하거나 대학을 다니거나 지내면서 주소지만 시골에 두며 시골 혜택을 받는’ 사람이 꽤 많다. ‘실거주자’로 친다면, 고흥은 이미 새내기가 1/2쯤 된다고 여길 수 있다.


둘째로 ‘고흥밖 대학생’한테만 돈을 몰아주는 짓을 그쳐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러 해 앞서까지는 ‘서울대 1000만 원, 연고대와 이대 500만 원, 서울 몇몇 대학교 300만 원’ 이렇게 돈을 내주었다면, 올해부터는 ‘그냥 대학생 누구나 학기마다 200만 원’으로 바꾸었다지. 그런데 정작 고흥에서 나고자라거나 고흥에 깃들어 논밭을 지으려는 젊은이한테는 이바지돈이 0원이라고 한다.


셋째로 ‘이장단·개발위원 권력’을 나무라는 소리를 듣는다. 군청이며 여러 곳에서 으레 ‘똑똑한 귀촌인’ 목소리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들 말이 많다고도 한단다. 아무렴, 오늘날에는 ‘똑똑한 서울내기(도시인)’가 일부러 몸을 써서 즐겁게 땀흘려 일하려고 먼먼 시골로 가게 마련이다. 모든 똑똑한 서울내기가 시골살이를 하려고 서울을 떠나지 않다만, 곰곰이 보면 참으로 똑똑한 서울내기가 ‘똑똑한 벼슬자리’를 마다하고서 시골로 온다. 그래서 이들 새내기(귀촌인)가 시골살림(군행정)을 바꾸는 실마리로 이을 수 있다.


이슬아·남궁인 두 분이 쓴 글은 나쁘지 않다. 두 분은 글을 못 쓰지 않는다. 그저 ‘글을 쓰려고 쓴 글’이라는 티가 너무 짙다. ‘먼저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고서 쓰는 글이 아닌, ‘글로 담으려고 이런저런 삶을 만든다’는 티가 물씬 난다. 글로 담으려고 만지작거리거나 꾸미는 글은 이제 걷어낼 때이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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