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6.10.31.

사진책시렁 189


《사진의 독재》

 마리안네 케스팅

 이영준 옮김

 눈빛

 1991.6.20.



  누구나 찰칵 찍습니다. 어디서나 찰칵 찍습니다. 아마 적잖은 분은 ‘덧눈찰칵(안경사진기)’을 이미 떠올렸으리라고 봅니다. 저는 어린이(1982∼87)로 뛰놀던 무렵에 “앞으로는 무겁게 들고 다니거나 필름을 찾아야 하지 않는 ‘안경사진기’가 나와!” 하고 얘기하면서 그림도 곧잘 그렸습니다. 줄이 없어도 ‘라디오·텔레비전’을 듣고 볼 수 있으니, ‘덧눈찰칵’도 쉬운 길이리라고, 다만 ‘누구나 찍을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나오리라 여겼습니다. 《사진의 독재》를 오랜만에 되읽습니다. 이제 이러한 책을 굳이 헌책집에서 캐내어 챙겨 읽을 분은 없을 듯싶습니다. 빛·빛눈·빛길·빛깔·빛꽃·빛그림·빛그림자·빛결을 찬찬히 짚으면서 들려줄 만한 길잡이도 가뭇없이 사라진 듯싶습니다. 빛꽃책이 드문드문 나오기는 하되, “빛을 담은 책”이라기보다는 “불빛을 꾸민 책”이 넘칩니다. 햇빛과 별빛을 눈빛으로 맞아들여서 숨빛과 손빛으로 지피는 길은 어쩐지 사라지고, 불빛(전깃불빛)으로 짜맞추는 ‘빛흉내·빛시늉·빛꾸밈’이 넘쳐납니다. 다만, 길잡이글(이론서적)에 얽매이지 않고서 찰칵찰칵 찍다가 누리길(블로그·인스타)에 올리는 적잖은 작은사람은 외려 눈부신 빛그림을 보여주곤 합니다. 몇몇이 거머쥔(독재) 빛잔치가 아닌, 누구나 펼치며 나누는 빛노래로 거듭나는 셈입니다. 아직도 ‘사진예술’이란 허울을 붙잡는(독재)는 꾼이 꽤 많지만, 이제 빛꾼은 다 사라져도 될 듯합니다.


#MarianneKesting #Die Diktatur der Photographie (1980)


ㅍㄹㄴ


영화와 사진은 그에 대립하고 있는 범주인 예술을 통해 자극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며, 또한 양자는 다 예술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 경우 양자는 다 이미 익숙해 있는 모방성을 가차없이 잠식해 들어가는데, 그것은 으젠느 앗제의 사진에서 나타나듯이 대상적으로 주어진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진이 그 대상의 가장 낯선 시각을 찾아 낯선 거의 발견자가 되든가, 아니면 초현실주의적 포토 몽타주에서처럼 대상성을 파괴하고 꿈속에서와 같이 새롭게 이미지를 조립하던가, 오토 슈타이너트의 유명한 〈산보하는 사람〉에서와 같이 사진의 제목이 되고 있는 그 산보자를 발만 보이도록 완전히 수정을 가하여 더 이상 나무줄기임을 알아볼 수 없는 나무 옆에 산보자가 빈자리를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3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