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에 새긴 나라 - 열다섯 살 독립운동가 주재년 열사 이야기
홍종의 지음, 장선환 그림 / 봄날의곰 / 2026년 8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10.28.
맑은책시렁 375
《돌에 새긴 나라》
홍종의 글
장선환 그림
봄날의곰
2026.8.15.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맑게 흐르는 물빛을 고스란히 가락을 얹어서 담아낸 마음소리·마음가락·마음노래라고 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이 땅에 흐르는 풀꽃나무와 해바람비를 품는 소리·가락·노래를 말로 담아내어 마음으로 나눕니다. 이웃나라는 이웃 터전에 흐르는 풀꽃나무와 해바람비를 품는 소리·가락·노래를 말로 담아내어 마음으로 나누고요.
모든 곳에 흐르는 모든 말은 다 다르게 노랫소리에 노랫가락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바로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늘 주고받는 말이 어떤 마음소리·마음가락·마음노래인지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할 노릇입니다. 좋은말을 찾거나 나쁜말을 꺼리려는 틀이 아닌, 삶말을 찾고 살림말을 북돋우면서,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사랑말을 품는 말밑을 헤아리면 됩니다.
《돌에 새긴 나라》는 이웃나라가 아닌 옆나라에서 총칼을 앞장세워서 쳐들어온 뒤로 겪어야 한 일을 들려줍니다. 이웃이라면 총칼이나 주먹을 앞장세우지 않습니다. 이웃이라면 사이를 살갑게 열면서 함께 걸어갈 길을 이야기합니다. 이웃이 아니기에 마구잡이로 들이닥칩니다. 이웃을 안 쳐다보기에 짓밟고 억누르고 괴롭히면서 길들이려고 합니다.
작은섬에서 살아가는 작은마을에서 작은사람은 몇 갈래로 다르게 살아갑니다. 총칼을 앞장세운 무리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면서 벼슬과 돈과 이름과 힘을 누리면서 펴는 집이 있습니다. 총칼에 굽히지 않을 뿐 아니라, 총칼꾼한테 빌붙은 무리한테도 고분고분하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붙지 않으나 저쪽에서 떨쳐일어나려는 물결을 타지도 않는 집이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휩쓸리는 집이 있습니다.
마음을 곧게 다스리고 세울 적에 비로소 작은씨 한 톨을 이 땅에 심어서 가꿀 줄 아는 길을 걷습니다. 마음을 곧게 안 다스리고 안 세우니, 사납게 가로채거나 빼앗으면서 길미를 챙기는 굴레에 빠집니다. 마음에 곧게 새긴 뜻이기에 돌에도 곰곰이 새깁니다. 돌에도 단단히 새기는 뜻이니, 바람과 별과 바다에도 맑게 새기는 뜻입니다.
물결이 일어야 내도 가람도 바다도 맑아요. 물결치지 않는 물은 그만 고여서 썩어갑니다. 물결이 이는 곳에는 물빛이 반짝여서 윤슬을 이룹니다. 물결이 일지 않으면 빛나지 않지요. 밤이 지나기에 새벽에 이슬이 맺어서 풀꽃나무를 살려요. 아침이 오고 낮이 한하기에 풀꽃나무가 기지개를 켜면서 햇볕을 듬뿍 받아들입니다.
이웃으로 함께하는 길을 등진 옆나라는 윽박지르고 벼락치는 넋뜬 짓을 일삼았습니다. 옆나라 모든 사람이 넋뜬이로 뒹굴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넋차린 모습으로 살지 않기도 했어요. 한별과 한나라와 한마을과 한이웃과 한집을 이루는 길을 돌아볼 노릇입니다. 한말을 쓰기에 한겨레이지 않습니다. 한마음과 한뜻으로 모여서 한빛을 이루려는 한길을 한걸음으로 하나하나 내딛을 수 있을 적에 비로소 한살림을 짓는 한사랑으로 나아갑니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지나면 조용히 반짝이는 별밤이 찾아옵니다. 배롱배롱 별이 돋은 밤이 잦아들면 어느새 조롱조롱 반짝이며 이슬이 달립니다. 새벽이슬을 훑는 길잡이는 오늘 이곳을 어질게 가꿉니다. 밤을 잊고 새벽을 잃고 아침을 등진 채 악다구니로 주먹을 휘두르는 무리는 머잖아 낡삭아서 사라집니다.
논에도 밭에도 오롯이 사랑이라는 손길이 닿아야 낟알과 남새와 열매가 익을 수 있습니다. 집에도 마을에도 나라에도 옹글게 사랑이라는 손길로 살림을 지어야 작은집과 작은마을과 작은나라와 작은별이 나란히 미리내를 이루면서 하얗게 피어나겠지요.
ㅍㄹㄴ
“와아! 오카무라 미코, 멋지다. 꼭 일본 사람 같아.” 아이들이 놀라워했다. 아이들만 놀란 것이 아니라 나도 속으로 놀랐다. 어쩐지 내가 일본 이름을 가지고, 일본말을 하는 진짜 일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16쪽
“미자야, 너는 그냥 미자가 어울려. 일본 이름으로 바꾸지 마.” 24쪽
나는 우리 집이 좋았다. 아버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주재소에서 일하고 엄마는 남들이 예쁘고 마음씨가 곱다고 칭찬했다. 큰오빠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고, 작은오빠는 공부를 잘해야 들어갈 수 있는 도시 중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모든 일본인 선생들이 칭찬하는 으뜸 학생이었다. 81쪽
“재년아! 알아, 다 알아. 네가 글자를 새긴 그 돌들은 아무도 몰래 땅속에 묻어 뒀어. 곧 좋은 날이 올 테니까 말이야. 그때 나와 함께 반듯하게 세워 놓고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자. 알았지?” 103쪽
+
《돌에 새긴 나라》(홍종의, 봄날의곰, 2026)
요시케 선생에게 칭찬을 들은 나를 시기, 질투하는 것이다
→ 요시케 어른이 치켜세운 나를 시샘하고 미워한다
→ 요시케 어른이 띄운 내가 배아프고 부럽다
8쪽
솔직히 작은오빠에게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
→ 그래도 작은오빠가 치켜세우리라 여겼다
→ 그런데 작은오빠가 추켜세우리라 보았다
18쪽
엄마의 한숨이 잦아졌다
→ 엄마는 한숨이 잦다
→ 엄마가 자주 한숨짓는다
19쪽
재년 오빠의 배곯음이 바로 작은오빠의 배곯음과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 재년 오빠가 배곯으면 작은오빠가 배곯는다고 여겼으니까
→ 재년 오빠가 배곯으면 작은오빠도 배곯는다고 느꼈으니까
28쪽
뭐가 아쉬워서 그런 불령선인들과 어울려 다녀
→ 뭐가 아쉬워서 그런 나쁜놈과 어울려
→ 뭐가 아쉬워서 그런 껄렁꾼과 다녀
30쪽
방금 전까지 누군가 돌을 쪼았던 것 같았다
→ 조금 앞서까지 누가 돌을 쪼았지 싶다
→ 얼마 앞서까지 누가 돌을 쫀 듯싶다
64쪽
돌에 새겨진 한자의 뜻을 몰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 돌에 새긴 한자뜻을 모르면 나았으리라
→ 돌에 새긴 한자를 모르면 나았을 텐데
6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